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은 분명 요상하다. 다른 드라마였으면 화가날만한 스포일러도, 아주 대놓고 등장하는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도 오히려 다 반갑다.
'미생'은 바둑 프로입단에 실패한 장그래(임시완 분)가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 역시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드라마 스토리 전개의 스포일러를 완벽히 피해가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마저 오히려 즐기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22일 방송된 '미생' 12회의 경우 앞서 박과장(김희원 분)을 비리로 퇴출시킨 요르단 중고차 사업 아이템 추진 여부를 영업3팀이 다시 맡아 진행할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피티를 앞두고 회가 마무리돼 궁금증을 증폭케 했다.

결국 일부 시청자들은 스스로 스포를 찾거나, 게시판이나 댓글들을 통해 알고 있는 스포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한 주를 기다리기가 힘든 것도 이유가 되지만, 그보다는 원작을 알고 보더라도 여전히 볼 게 충분히 남아있는 드라마 '미생' 덕분이기도 했다. 단순히 원작을 화면에 옮긴 게 아닌 '확장된 작품'이라는 표현이 와닿는다.
실제로 1년 동안 90만부가 팔렸던 '미생' 오프라인 단행본은 방송 시작 한달만에 무려 총 170만부가 넘게 팔리며 2주연속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기도 했다.
스포일러 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속 과도한 PPL에 민감했던 시청자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미생' 속 PPL에 오히려 몰입한다. 특히 이날 12회에서 장그래와 김동식(김대명) 대리가 보여준 커피 CF의 패러디 장면은 실제 회사원들의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는듯한 모습으로 이날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이밖에도 앞서 술접대를 나서기 전 등장했던 숙취해소음료, 휴대폰, 복사용지 등은 모두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든 PPL로 현실감을 높였다. 이에 대해 '미생' 김원석 PD는 "기획단계부터 드라마와 어울리는 협찬만 받도록 방송사 측에 주문했다. 거액의 제작비를 제공해 준다고 해도 드라마의 방향과 다르거나 어색한 제품이면 받지 않겠다고 고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포일러도 PPL도 모두 환영받는 요물같은 드라마 '미생'이 남은 8회 분량에서도 계속 시청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고,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내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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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