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 하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의 아픈 손가락은 바로 정혁이었다.
전북은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0-1로 끌려가다 후반 29분 이승현, 45분 정혁의 연속 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무실점 행진은 중단 됐지만 9연승을 달린 전북은 울산 현대, 성남 일화(이상 2002~2003년)와 함께 K리그 최다연승 공동 1위가 됐다. 울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이기면 K리그에 새로운 기록을 만들게 된다.

전북은 후반 초반 정대세에게 선제골을 얻어 맞으며 무실점 행진이 중단됐다. 하지만 선수들은 오히려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경기의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강희 감독이 교체 투입한 이승현과 정혁이 나란히 골을 터트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를 마친 뒤 최 감독은 ""정혁에게 너무 미안하다. 김남일이 잘 뛰고 있어서 기회를 주지 못했다"라며 위로한 뒤 "항상 뒤에서 묵묵하게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가 많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정혁이다. 내년에는 군입대를 한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뒤에서 헌신해주는 선수들로 인해 팀이 우승까지 갈 수 있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정혁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3년 인천에서 전북으로 이적해 전북의 중원을 책임지던 정혁은 지난 7월초 팀 훈련 중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가 부분 파열 당했다. 한창 중요한 시기에 정혁은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었다.
특히 정혁은 올 시즌 초반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전북은 부산과 인천을 연달아 잡아내면서 1위로 시즌을 출발했다. 당시 정혁은 2경기 연속 골을 터트리며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부상으로 흔들렸던 사이 신형민이 전북에 합류했다. 또 김남일도 부상서 회복하면서 그라운드에 나서게 됐다. 결국 정혁은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후 정혁은 부담이 컸다. 많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시즌 2경기 연속골을 터트렸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혁은 수원과 경기서 16경기만에 골을 넣었다. 후반에 교체 투입되어 기록했다. 또 팀의 승리를 이끈 결승골이었다. 정혁이 골을 넣자 최강희 감독은 어느 때 보다 환하게 웃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아픈 손가락인 정혁이 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마친 뒤 정혁은 "오늘 기회를 받게 될지 몰랐다. 또 운이 굉장히 좋았다. 골을 넣은 것 뿐만 아니라 팀이 승리한 것이 더 기쁘다"라면서 상기된 모습이었다. 또 그는 최 감독의 웃음을 봤냐는 질문에 "경기를 끝나고 동영상으로 봤다.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내가 골을 넣을 때 웃으시는 것 같다. 감독님께서 웃으시니 정말 좋다"고 말했다.
정혁은 "감독님께서 끝까지 믿음을 주시고 용기도 주셨다. 그래서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큰 불만은 없었다. 항상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불만은 없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고 감독님께서 주신 기회를 쉽게 날려 버리고 싶지 않았다.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최강희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올 시즌을 마치고 경찰축구단 입대를 앞두고 있는 그는 "마지막 울산과 경기서 기회를 얻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준비는 되어 있다. 팀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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