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장미빛 연인들’의 백장미(한선화 분)와 ‘왔다!장보리’ 연민정(이유리 분)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비슷한 종류의 통속극이라 해도 살인도 서슴지 않았던 극악무도한 막장극 속 연민정과 아직 철도 들지 않은 가족드라마 속 20대 초반 부잣집 막내딸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두 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고 욕(?)할 수 있는 이유는 특유의 몰인정함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낳은 아이를 향해 모성애를 드러내지 않는 점에서 백장미와 연민정은 비슷한 면을 공유한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극본 김사경 연출 윤재문)에서는 연예인이 되기 위해 한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하는 백장미의 모습이 그려졌다.
백장미는 3년 전 딸 초롱이를 낳고, 남자친구 박차돌(이장우 분)의 곁을 도망치듯 떠나 유학을 갔던 상황. 박차돌은 그간 홀로 초롱이를 책임지고 키우느라 학교 졸업도 늦췄을 뿐 아니라 이런저런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런 박차돌과 달리, 아버지 백만종(정보석 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유학을 떠났던 백장미는 해외에서 관계자의 눈에 띈 것을 계기로 CF를 찍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고, 연예인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박차돌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백장미가 한국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아무런 연락이 없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없어 서러운 초롱이가 상처 받지 않도록 빈자리를 채워주고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던 그는 우연히 버스 광고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백장미를 보게 됐고, 그 길로 백장미의 집에 달려갔다. 마침 백장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고, 박차돌은 “이야기를 하자”며 백장미와 공원으로 갔다.
이어 두 사람은 초롱이를 놓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없이 싸늘한 백장미의 표정을 보며 박차돌은 "너 나한테 궁금한 거 없느냐?"고 물었고 백장미는 "없다"며 잘라 말했다.
이에 박차돌은 "네가 낳은 아이 우리 초롱이, 궁금하지 않아? 키는 얼마나 컸는지 얼굴 어떻게 생겼는지 지금 뭐하고 지내는지 안 궁금해?"고 물었고, 백장미는 다시 "내가 그걸 왜 궁금해야해? 3년 전, 미국으로 떠날 때 여기 기억 다 지웠다. 박차돌이란 남자도, 그 아이도. 나 그 때 기억,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다.
백장미의 말에 충격을 받은 박차돌은 "그 때 우리가 너무 어려서 힘들어서 힘든 나머지 잠시 잘못된 선택을 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정말 넌, 나하고 우리 초롱이 버린 거구나. 그래 네가 찾아올까봐 돌아 올까봐, 기대했는데 괜한 생각이었다. 이제 홀가분해 질 수 있다. 너랑 나 다신 보지 말자"고 완전한 절연을 선언했다.
이처럼 냉정하고 이기적이기만 한 백장미의 태도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 아이의 어머니이면서도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한 애정이나 죄책감 없이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하는 백장미의 모습을 보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연예인을 반대하는 아버지 백만종에게 “다시는 혼자 안 간다. 내가 혼자 거기서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보냈는지 아느냐”며 “과거 때문에 숨어 살다가 죽어야 하느냐?”고 원망하는 모습에서는 지독한 이기주의가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백장미의 이 같은 모습은 ‘장미빛 연인들’의 전작 ‘왔다!장보리’ 속 연민정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이는 누구나 적으로 만들며, 한 아이의 엄마로서 보통은 갖고 있게 마련인 모성애가 없는 연민정은 그로 인해 많은 욕을 먹었다.
비록 그러하다 해도 백장미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일단 그는 딸 초롱이와 함께 드라마를 찍게 됐고, 초롱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모를 때부터 그에게 남다른 관심을 갖고 표현해 왔다. 과연 백장미는 연민정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장미빛 연인들'은 얼결에 부모가 돼버린 대학생 커플이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가족 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장미빛 연인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