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MBC ‘뜨거운 형제들’로 힙합가수 사이먼디를 예능 대세자리에 올린 오윤환 PD가 4년 뒤 2014년 JTBC ‘학교 다녀겠습니다’에서 또 한 명의 예능인을 탄생시켰다. 바로 힙합그룹 M.I.B 멤버 강남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강남처럼 거침없는 캐릭터들이 많긴 하지만 강남의 매력은 조금 다르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보여주면서 상대방의 숨은 매력까지 끌어내고 최고의 시너지까지 만드는 강남의 매력을 알아본 오윤환 PD. 그가 진흙 속에서 찾아낸 강남은 이제 지상파 3사를 섭렵하고 CF까지 찍은 완벽한 대세로 떠올랐다.
오윤환 PD가 강남을 처음 만난 건 2012년 MBC ‘아이돌스타 알까기 선수권 대회’였다. 데뷔 초 강남의 예능감을 포착한 그는 ‘아이돌스타 알까기 선수권 대회’에 섭외했지만 ‘광탈(광속탈락)’, 강남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오윤환 PD는 MBC에서 JTBC로 이적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예능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강남을 섭외했다. 강남이 인천외고 편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강남이 누구?’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방송 후 그런 반응은 완전히 뒤집혔다. 강남을 향한 러브콜이 쏟아졌고 이젠 학교에서도 여학생들이 ‘비주얼 담당’ 남주혁보다 강남에게 환호한다. 자신을 예능 대세 자리에 앉혀준 강남은 오윤환 PD를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다.
“잘 됐다 싶어요. 이렇게 잘 나가니 보람되죠. 강남이 이렇게 대세 연예인으로 주목을 받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강남은 상대방을 살리는 재주가 있어요. 강남이 제작진에게 회식도 해줬어요. 다음번에 또 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제 아버지라고 하지 말라고 했어요. 형이라고 하라고 했어요. 고맙긴 한데 마흔도 안됐는데 아버지라고 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웃음)”
오윤환 PD가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만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출연을 요청하는 연예인들도 있고 또 새로운 인물들을 찾고 있기도 하다. 한 프로그램에서 스타를 탄생시키는 일이 쉽지 않지만 오윤환 PD는 강남을 발굴했고 또 한 번의 신의 한수가 기대되는 상황.
“강남을 골탕 먹일 사람을 찾고 있어요.(웃음) 학교라는 틀이 정해져 있어 예능적인 면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찾고 있죠. 새로운 인물은 ‘똘기’ 있거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자주 미팅을 잡아서 그런 친구들을 봐요. 인지도가 있건 없건 봐요. 계속 미팅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강남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게스트를 누구일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성동일, 윤도현, 남주혁, 강남 외에 학교마다 세 명 정도의 게스트들이 출연하고 있다.
“다 고맙고 기억이 나요. 홍은희 씨의 간장게장 시 덕에 많이 화제가 됐었고 허지웅 씨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 방송이 크게 주목을 받았어요.”
고정 멤버들과 게스트들의 신선한 조합, 학교 안에서 실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연예인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에피소드, 연예인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 고1 학생들의 순수한 모습 등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이끌어가는 흥행요소다. 오윤환 PD의 탁월한 연출로 이 모든 것이 적절하게 빛을 발한다. 때문에 크게 지루하게 흘러가는 면은 없다.
“시청자들이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이적하고 난 후 첫 프로그램이라 부담됐는데 좋아해주셔서 감사하죠. 일단 예능은 재미가 있어야 해요. 교양이 아닌 이상 재미있어야 하죠. 재미를 담보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세상이 변한 게 3~4년 전에는 ‘레디 큐’를 해야 촬영이 시작되는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그런 게 없어요. 계속 카메라를 돌리고 있죠. CCTV로 찍어서 상황을 포착하는 게 필요한 거죠. 영상이 불안정하더라도 리얼해 보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연예인 학생들과 고1 학생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대로 담아 보여줘 학교를 졸업한 시청자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고 방송을 촬영한 학교 학생들에게는 추억을 준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다.
“기사 댓글 중에서 ‘재밌다’고 해주면 가장 감사해요. 어떤 댓글을 봤는데 우연치 않게 자신의 엄마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촬영한 학교 선생님이라고 한 글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방송을 위해 수업을 바꿀까 했었는데 제작진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는 댓글이었어요. 학생들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원칙을 지키면서 하려고 하는데 그걸 알아주니까 반갑더라고요. ‘다 짜고 찍겠지’라는 반응이 있는데 저희들의 의도를 알아주니 고맙더라고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연예인 앞에 카메라를 직접적으로 들이대기 보다는 CCTV와 같이 관찰하는 카메라가 더 눈에 띈다. 이에 촬영이 쉬운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촬영 전 제작진이 하는 일은 더 많아졌다. 학교 행사, 수업, 반 아이들의 성향과 B플랜, C플랜 등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대비해놓고 촬영을 시작한다.
“사전조사가 중요해요. 누가 학교 행사에 나갔으면 좋겠고 누가 몇 반에 들어가는 게 좋고 어떤 짝이 어울릴지, 선생님의 특징 등을 꼼꼼하게 준비해놓죠. 최대한 학생에게 방해하지 않으려고 소풍이나 학교 행사가 있는 학교를 선택해 촬영을 나가죠. 작가들과 조연출들이 정말 일을 잘 도와줘요. ‘하이 큐’가 아니다 보니 작가들을 믿고 촬영하죠. 잘 굴러가게 해준 스태프들에게 고맙고 미안해요.”
오윤환 PD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사람’이다. 관찰예능에서는 무엇보다 인물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재미 포인트이기 때문. 이에 오윤환 PD는 사람을 중심으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이끌어갈 생각이다.
“개인 성공담을 얘기하는 것보다 매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특히 이런 관찰 예능에서는 큰 사건이 있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윤도현 씨가 모범생이었다가 남학교에서 상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실제로 어설픈 성격도 있고 오상진 씨는 쉬는 시간에 공부하고 허지웅 씨도 강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학생들을 상냥하게 챙겨주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거죠. 사건도 사건이지만 일상 속에서 카메라에 찍힌 모습들을 찾아내는 것이 PD들이 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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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