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우승을 선사한 골키퍼 박준혁(27, 성남 FC)이 영웅으로 등극했다.
성남 FC는 23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 혈투 끝에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박준혁이 두 골을 막아내며 맹활약한 성남은 FC 서울에 4-2로 이겼다.
이로써 성남은 통산 세 번째 FA컵 정상에 올랐다. 승부차기에서 오스마르와 몰리나의 슛을 막아낸 박준혁은 MVP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우승 세리머니 후 공식인터뷰에 임하는 박준혁은 한창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경기 전 감독님을 믿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 앞으로 남은 강등경쟁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뻐했다.
연장전 종료직전 김학범 감독은 박준혁을 전상욱으로 바꾸려고 했다. 승부차기 방어에서 전상욱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연장전이 진행되는 동안 교체를 하지 못하면서 그대로 박준혁이 승부차기에 나서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이대로 성남이 패한다면 김학범 감독과 박준혁이 패배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는 상황. 여기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박준혁은 오스마르와 몰리나의 슛을 막아 영웅이 됐다.
당시 심정에 대해 박준혁은 “예고를 받지 않았다. 상욱이 형 몸을 풀고 있는 것을 봤다. 바꿀 줄 알았는데 경기 끝나고 감독님이 제스처를 취하고 상욱이 형이 다시 파카를 입더라. ‘감독님이 날 믿어주시는구나’ 했다. 오늘 몸이 안 좋아 심적 부담이 있었는데 잘 해냈다”면서 씩 웃었다.
박준혁의 선방 뒤에는 전상욱의 충고가 있었다. 박준혁은 “상욱이 형이 분석한 것을 내게 고스란히 알려줬다. 그것을 반영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상욱이 형과 방을 같이 쓰는데 오스마르는 짧게 서면 왼쪽으로 차고, 멀리 서면 오른쪽으로 찬다고 세세하게 말해줬다”면서 선배 골키퍼 전상욱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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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