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덕분 아우 덕분' FA컵 우승 이끈 성남 GK들의 '칭찬 릴레이'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11.24 06: 35

우승의 기쁨에 훈훈한 덕담 릴레이까지, 성남FC가 환하게 웃었다.
성남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0-0으로 비긴 후 승부차기 끝에 FC 서울에 4-2로 이겼다. 이로써 성남은 통산 세 번째 FA컵 정상에 올랐다.
두 팀은 120분 동안 혈전을 펼쳤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연장전 막판 양 팀 수장은 골키퍼 교체를 준비했다. 승부차기에 더 강한 골키퍼를 넣기 위해서였다. 서울은 김용대를 유상훈으로 성공적으로 교체했다. 여러 차례 선방을 한 김용대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벤치로 향했다.

김학범 성남 감독도 골키퍼를 박준혁에서 전상욱으로 바꾸려고 대기시켰다. 그런데 골키퍼 교체가 끝나기 전에 필드타임이 끝나고 말았다. 연장전이 끝난 후에는 골키퍼 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성남이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성남 골키퍼 박준혁은 1번 주자 오스마르의 슈팅을 정확하게 막았다. 이어 박준혁은 3번째 키커 몰리나의 슛까지 막아 승부에 결정적인 승기를 쥐었다. 골키퍼를 교체하지 못한 성남의 실수가 오히려 득이 되는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실수'에서 '신의 한 수'가 된 박준혁은 대회 MVP를 거머쥐며 일약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준혁의 뒤에는 후배에게 스타 자리를 양보한 셈이 된 전상욱이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전상욱은 "우리가 몰리는 상황이라 경기 끝나기 직전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서울 선수들이 그것을 알고 경기를 끌었다"며 웃었다.
계획대로 흘러갔으면 전상욱이 승부차기에 나섰을 상황. 박준혁도 "예고를 받지 않았다. 상욱이 형 몸을 풀고 있는 것을 봤다. 바꿀 줄 알았는데 경기 끝나고 감독님이 제스처를 취하고 상욱이 형이 다시 파카를 입더라. ‘감독님이 날 믿어주시는구나’ 했다"며 "상욱이 형이 분석한 것을 내게 고스란히 알려줬다. 그것을 반영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상욱이 형과 방을 같이 쓰는데 오스마르는 짧게 서면 왼쪽으로 차고, 멀리 서면 오른쪽으로 찬다고 세세하게 말해줬다"고 선배에게 공로를 돌렸다.
하지만 전상욱은 후배의 공을 치켜세웠다. "방향을 말하기보다 선수들의 특성만 알려줬다. 안정감을 심어주는데 더 노력했다"며 "첫 키커를 막는 것을 보고 '내가 안 들어간 것이 득이 됐다'고 생각했다"며 씩 웃었다. 실수가 신의 한 수가 된 '되는 집' 성남 골키퍼들의 훈훈한 덕담 릴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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