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김민성(26)은 올해 많은 것을 이뤘다.
김민성은 올 시즌 주전 3루수로서 풀타임 2년차를 맞았다. 시즌 성적은 116경기 128안타(12홈런) 77타점 60득점 타율 2할9푼2리. 팀 면에서는 데뷔 후 첫 한국시리즈를 경험했고 개인적으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영광스러운 소득도 얻었다.
그에게는 1년 전부터 남다른 시즌이었다. 지난해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15개)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비췄다. 주전 3루수로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이제는 거기서 더 발전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아시안게임도 걸려있는 중요한 시즌이었다.

김민성은 23일 "올해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팀이 지난해 4강에 올라가서 올해 더 잘해야 했는데, (목표를) 이루긴 했지만 다 아쉽다 그래도 올해 성적은 100점이다. 시즌을 치르고 나면 잘했든 못했든 나에게 100점을 준다.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더라. 하지만 끝남과 동시에 0점이다. 이제 다시 0점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시즌을 되돌아봤다.
그는 "올해 개인적인 목표도 있긴 했지만, 잘 치면서 팀 기여도가 낮은 것보다는 어느 정도 하면서 팀이 어렵거나 중요할 때 힘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직 나는 간판 스타가 아닌 만큼 그 선수들을 받쳐주고 연결하는 역할을 잘 하고 싶다. 올해 홈런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올해는 우리 팀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알았던 시즌"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성의 '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뒤 팀에 복귀했고 넥센은 긴 휴식기 후 10월 3일 잠실 LG전부터 다시 시즌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2루타 2개를 날렸지만 2회 결정적인 번트 수비 실책으로 역전을 자초했고 결국 팀은 5-11로 졌다. 그를 '멘붕'에 빠트린 날이었다.
김민성은 "아시안게임 끝나고 나서 정규 시즌에서는 메달 딴 것 다 잊고 팀에 도움이 되자고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첫 경기에서 망했다. 안타는 쳤어도 수비가 엉망이었다. 마음 속으로는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던 것 같다. 그날 집에 와서 울화통이 터졌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생각했다. 그 경험을 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올 시즌 그렇게 아시안게임과 한국시리즈를 치르며 한 뼘씩 더 자란 김민성. 그는 내년 목표에 대해 "조용히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 방에 팍 올라가기보다 조금이라도 내가 좋은 선수가 돼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10년 후에는 더 큰 선수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 시즌 김민성과 인터뷰를 위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똑같이 느끼는 점이 있다. 바로 그가 기술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자신의 기록에서 알을 깨고자 했다면 이제는 팀을 생각하게 된 김민성의 1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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