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브랜드’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차별성이다.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 ‘대중적이지 않은’ 차를 갖고 싶은 이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자동차 제조사로서는 ‘2개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그 간극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미 개발 돼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제조사는 둘 사이의 간극을 시장이 처한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간극 조절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가 ‘2개의 브랜드’ 전략의 탄력성을 제대로 보여주며 탄생했다. 렉서스의 특장점으로 꼽히던 요소들이 캠리에서도 대거 느껴졌기 때문이다.

캠리는 1982년 토요타자동차의 세계적 전략 상품으로 데뷔해 7세대를 거치며 2014년 9월까지 세계적으로 1700만 대가 팔린 월드베스트셀링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리’의 최근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경쟁 차종들이 빠르게 고급화를 추구하는 사이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한층 높아졌다.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가 2011년 7세대 캠리가 나온 지 3년만에 풀 체인지에 가까운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게 된 토요타의 속사정이다.
지난 18, 19일 캠리 미디어 시승행사를 위해 제주를 찾은 나카호 토시히로 토요타자동차 부수석 엔지니어는 “올 뉴 스마트 캠리는 2000여 개의 부품을 바꾸고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채택해 신차에 가까운 변화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리는 여전히 7세대 부분 변경 모델이다. 5~6년 주기의 풀 체인지 시기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카호 씨는 “왜 8세대라 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8세대 모델은 올 뉴 스마트 캠리보다 더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세대를 구분하자면 올 뉴 스마트 캠리는 7.5세대에 해당한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의 디자인 변화는 전면부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다. 프런트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이 완전히 새 얼굴을 갖췄는데, 그 모양새가 렉서스 취향이다. 렉서스 정체성의 상징과도 다름없는 ‘스핀들 그릴’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LED 헤드램프, LED 주간주행등을 달아 한결 역동적이고 세련된 전면부 디자인을 완성했다.
‘렉서스 향’은 실제 운전에서도 강하게 다가왔다. 시승은 제주신라호텔을 출발해 북쪽 내륙 순환 구간을 이용해 곽지과물해변-제주마방목지를 돌아 제주신라호텔로 돌아오는 12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캠리의 가솔린 모델을 타고 한 바퀴,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고 또 한 바퀴를 돌았다.

예민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도 직관적으로 와 닿는 두 가지 느낌이 있었다. 조용하고 딴딴해졌다는 것.
가솔린 모델의 2.5L 2AR-FE엔진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2AR-FXE엔진이 뿜어내는 고출력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 후륜 듀얼 링크 스트럿 서스펜션과 조화 돼 안정적이고 정숙한 주행성능을 가능하게 했다.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은 코일 스프링을 역으로 감아 진동을 억제한다. 차체는 고장력 강판과 초고장력 강판을 확대 적용해 가벼워지고 강성은 증대 됐다. 마치 렉서스의 탄탄한 하체가 연상 됐다.

올 뉴 스마트 캠리의 실내소음에 특히 많은 신경을 쏟았다고 했는데, 그 노력이 여실히 느껴졌다. 토요타자동차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단순히 소리를 차단하는 목적으로 흡음-차음재를 쓴 게 아니라 대화를 방해하는 소음을 걸러내는 데에 초점을 뒀다”고 한다.
음악을 켜고 뒷좌석에 앉아 있으면 스트레오 사운드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동글동글 말린 사운드가 양 귓전에서 어질어질 놀다 가는 게 눈으로 보일 지경이다. JBL의 10스피커 5.1채널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운드는 작은 영화관을 연상케 했다.

“살아있네”를 외치는 배기음 사운드도 경쾌하다. 스포티한 주행성과 경쾌한 배기음은 렉서스가 자랑하는 미덕이다. 스포티한 감성은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연료 효율성에 방점이 가 있는 하이브리드가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공식 출시행사에서 올 뉴 스마트 캠리를 두고 “캠리가 돌아온 느낌이다”고 말했다. 캠리가 구축한 예전의 명성을 ‘스마트 캠리’가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요시다 사장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연료 절감 차량에 고심하고 있을 때 1세대 캠리가 고급 전륜구동 중형차로 세계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던 당시의 진취적인 도전을 떠올린 듯하다.

캠리를 캠리답게 만드는 것, 7.5세대 캠리(2015 올 뉴 스마트 캠리)의 혁신적 DNA는 렉서스에서 따온 게 아닌가 싶다. 캠리가 렉서스와의 간극을 줄여가는 순간, 새로운 혁신을 이루라는 주문은 렉서스의 어깨에 떨어진다. ‘2개의 브랜드’ 전략의 탄력성이 주는 장점이 이런 데 있지 않을까?
이날 시승행사에 동원 된 2.5 가솔린 XLE모델은 3,390만원, 2.5 하이브리드 XLE모델은 4,300만원이며 시승에서는 빠졌지만 V6 3.5가솔린 XLE모델은 4,33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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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푸른 늦가을 하늘과 색채 대비를 이루고 있는 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