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발라더? 가수 임창정(41)이 변했다. 쌀쌀한 겨울 임창정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발라드 대신 신나는 댄스곡을 들고 돌아왔다. 예상을 뒤엎은 이번 선곡은 '올 한해 지치고 힘들었던 모든 일들을 신나는 노래, 무대와 함께 웃음으로 날려 버리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24일 자정 공개된 임창정의 새 앨범 '친한 사람'의 타이틀곡 '임박사와 함께 춤을'은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12집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의 수록곡이었던 '임박사와 함께 춤을'을 새롭게 편곡한 곡이다. 화려한 그루브와 기타, 베이스 리프를 시작으로 신나는 비트, 신스사운드, 흥겨운 브라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곡.
임창정의 보컬과 애드리브의 마술사 이박사가 만들어낸 신명나는 멜로디에 걸그룹 EXID 멤버 LE가 랩 피처링에 참여했다.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웃음을 되찾아 주겠다'는 임창정의 포부가 잘 담긴 매력적인 곡이다.

"7개월을 걸쳐서 작업한 곡이예요. 고치고 계속 고쳤죠. 사실 긴장감은 없어요. 이번 앨범은 팬서비스 차원에서 즐기려고 만들었어요. 열심히 즐기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면 감사하는 거죠. 취지가 팬서비스니까 목적은 달성한 거죠. 이런 음악 재미있잖아요? 춤도 웃겨요."
심한 감기에 걸려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임창정은 아픈 티를 전혀 내지 않고, 그의 이번 음악만큼 역시 유쾌했다. 잠긴 목소리로 자세히 이번 앨범을 작업하게 된 취지를 설명하면서 특유의 재치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임박사와 함께 춤을'은 지난 7개월간의 작업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영어 가사를 부분을 한글로 수정했고, LE가 랩 피처링에 참여한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원곡은 장르 파괴죠. 제가 생각했을 때 전 세계에 없는 장르인 것 같아요. 지금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한국 가요가 됐어요. 제가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다 제거하고 그 부분에 멜로디를 넣어서 쉽게 썼어요. 랩도 넣었고요. 아이돌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한 목소리로 LE를 추천하더라고요.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 수줍어하고 그래서 '얘가 정말 랩을 하나?' 싶었는데, 녹음한 것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목소리에 기계음을 넣은 줄 알았어요. 한국 사람에게서 이런 느낌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윤미래 씨와는 또 다른 목소리였죠."
이박사도 흔쾌히 녹음에 참여해줬다. "처음에 편곡을 해서 나왔는데 웃길 게 없더라. '문을 여시오'처럼 포인트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죠. 이박사는 예전부터 좋아했었고, 이 희귀 아이템을 이용하면 요즘 젊은 층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추임새를 부탁하니까 흔쾌히 오셔서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하죠."
가사와 멜로디 수정, 랩 메이킹뿐만 아니라 춤에도 힘을 많이 실었다. 짱구의 '호이호이 춤'을 도안해서 포인트로 잡고, 중간에 현진영 춤도 나온다. 체력적으로 힘들 법도 하지만 임창정은 감기에 걸렸어도 전혀 지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10번씩 연습하고 5분만 쉬면서 댄스팀을 괴롭힐 정도로 노력하면서 즐겁게 안무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에도 정성을 쏟았다. 연예계 대표 마당발답게 직접 지인들을 섭외해서 그들의 웃는 모습을 담았다. 또 지난 2010년 영화 '불량남녀'로 인연을 맺은 김성한 감독과 함께 공동 연출을 맡아, 웃음 전도사로 변신했다.
"'문을 여시오' 때문에 뮤직비디오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웃겨 줄까. '문을 여시오'가 워낙 반응이 좋고, 해외에서도 신기한 사람이라고 반응이 좋았죠. 중국에서도 그렇고, 필리핀도 공연을 가야할 정도로 됐어요. '문을 여시오' 때 워낙 게스트가 많았으니까 기대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스타들의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웃자라는 취지에서 만들게 됐어요."
'임박사와 함께 춤을' 뮤직비디오에는 평소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인 신동엽, 정성화, 이범수, 김준현, 김진표, 공형진, 임슬옹, 조권, 용감한형제, 감우성, 이선희, 에픽하이, 씨스타, 신하균, 에이핑크, 박경림, 서인국, 전현무 등이 출연했다. 모두 임창정이 직접 하루 만에 섭외한 지인들이다.
"전부 전화를 해서 웃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뮤직비디오에 넣어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함께 웃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취지라고 하니까 선뜻 보내줬죠.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그 중 몇 명은 실제로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와서 직접 출연해줬고요. 사실 정우성 씨도 보내줬던데 너무 어처구니없는 게 화질이 좋지 않아서 쓰지 못했어요. 정우성 씨에게 전화를 하니까 촬영 때문에 영국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비행기에 타서 웃는 모습을 찍고,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줬는데 플레이가 안 되는 거예요. 다시 연락했을 때는 이미 비행기가 뜬 상태라 어쩔 수 없었죠(웃음)."
이번 앨범에 수록된 또 다른 타이틀곡 '친한 사람'은 '임박사와 함께 춤을'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임창정표 발라드 곡이다. '날 닮은 너', '나의 연인' 등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작곡가 원상우와 공동 작업했으며, 임창정이 직접 곡을 썼다.
"이 곡은 아주 오랫동안 사랑했지만 내 사랑을 알면 오히려 멀어질까 고백을 해보지 못한 사람, 어디 갓 친한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담은 거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 친한 사람으로 남아 있는 그 사랑을 향한 고백이에요."
웃음에서 출발한 이번 앨범. '임박사와 함께 춤을'을 함께 웃자는 취지에서 만들게 된 것은 임창정의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웃을수록 좋은 일들도 연이어 함께 온다는 것.
"웃음은 제가 진짜로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공유하고 싶다는 취지였어요.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좋은 일만 있고, 계속 나쁜 일만 있을 수 있겠어요. 100년을 산다고 하면 저는 하늘에서 모든 사람에게 같은 행복과 불행의 숫자를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무 좋은 일이 생겨도 행복하다고 거만하게 축배를 들고 너무 좋아하지는 말자가 기본적인 제 좌우명이죠."
"사실 최근에 웃을 일이 많이 없었어요. 많이 힘들었을 때,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내가 먼저 좋은 일이 생긴 것처럼 웃어보자는 생각으로 억지로 웃었어요. 1분 동안 '하하하하'하면서 웃고 나니까 얼굴이 안 찡그려지더라고요. 그럼 계속 웃자는 마음이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같이 웃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는 취지가 된 거죠."

임창정은 새 앨범 발매와 함께 올 크리스마스에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공연을 하기 위해 앨범을 발표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임창정은 공연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지방 공연이었는데 앞자리에 60대 어르신과 30대 후반 정도의 여자분, 또 10대 학생이 함께 앉아서 '소주한잔'을 따라 부르더라고요. 울컥 눈물이 났어요. 이제 그것을 4대로 만들어보자,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오랫동안 100살 때도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사실 우리 팬들이 굉장히 의리가 있거든요. 어디 안 떠나고 늘 그 자리에 있어주고, 어린 친구들에게 홍보도 해주고요(웃음)."
올 연말 임창정은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가수로서 활동은 물론, 콘서트 연습에 영화 '치외법권' 촬영에도 돌입한다. 또 내년에는 중국 영화 촬영 계획도 있으며, 해외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며, 늘 웃으며 사는 임창정. 웃음 전도사로 나선 그가 또 어떤 활약을 보여주게 될지 기대를 모은다.
seon@osen.co.kr
NH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