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야구산책]기둥이 뿌리채 뽑히는 한국 포스팅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11.24 13: 00

포스팅시스템은 비 미국 프로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한 일종의 관문이다. 시장에서 호명을 받아 가장 많은 이적료를 써낸 구단과 독점 협상을 갖는다. 포스팅은 미국 구단들의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한 제도이다. 이것이 한국과 일본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SK 와이번스는 김광현의 포스팅을 추진했으나 입찰 최고액으로 기대를 밑돈 200만 달러(샌디에이고)가 나오자 크게 실망했다. 잠시 뜸을 들였지만 본인의 ML 도전 의지를 지원하기 위해 포스팅 결과를 수용했다. 통 큰 결정을 했지만 속마음은 멍들었을 것이다. 기둥 투수를 단 20억 원의 헐값에 유출당했으니 말이다.
KIA는 더욱 곤혹스럽다. 양현종의 최고 입찰가는 김광현 보다 낮다. 양현종은 낮은 평가에 크게 실망하면서도 미국행을 원하고 있다. 구단은 원래는 김광현 수준만 되더라도 모양새 좋게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김광현의 금액을 밑돈 결과가 나오자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양현종을 설득하기로 했다.

주목할 대목은 에이스의 ML의 꿈과 구단의 현실이 정면으로 상충되는 지점이다. 메이저리그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구단은 헐값과 전력 공백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해외진출 자격을 생기면 당연히 권리를 행사하려 한다. 낮은 포스팅 금액에도 가려는 이유는 새로운 세계와 선진 야구에 대한 도전 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류현진의 성공에 고무된 측면도 크다. 
거꾸로 구단 위치에서 본다면 속이 뒤집힐 일이다. 국내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아도 50억 이상의 몸값을 받을 수 있는 투수들이다. 더욱이 두 투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은 돈으로 매길 수도 없다. 기업논리에 한국야구의 자존심까지 생각해도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의지가 강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구단이 포스팅 수용을 거절한다면 팬들의 눈을 살펴야 한다. 한 번 마음이 뜬 선수들을 억지로 주저 않히기도 어렵다. 붙잡고 싶은 마음이 꿀뚝 같아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딜레마라는 단어가 나오는 이유이다. 
일본의 구단은 돈이라도 많이 받는다.  일본의 에이스급 투수들은 포스팅을 보더라도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보스턴), 다르빗슈 류(니혼햄-텍사스)는 5000만 달러가 넘었고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뉴욕 양키스)는 신제도 상한선 2000만 달러를 받았다. 일본야구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가 높기 때문에 에이스의 헐값 유출은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의 포스팅은 일본과 비교한다면 대단히 취약하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포스팅 과정에서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들의 평가가 높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국야구는 속속 에이스들의 유출되는 가운데 빈자리를 메울만한 젊고 유망한 대형 투수들이 등장하지 않아 위기감이 팽배하다. 여기에 스타부재는 인기 약화의 한 요인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구단은 적은 돈으로 선발 자원을 확보하는 실리를 거두었다. 한국의 에이스 투수들은 싼값에 데려갈 수 있다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 결국은 풍부한 자원을 가진 일본과 달리 한국에게는 기둥이 뿌리채 뽑히는 포스팅이 되고 있다. 이것이 한국야구의 딜레마이다. 구단들이 에이스들의 포스팅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OSEN 야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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