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꾀했던 양현종(26)이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의 선택을 찾아야 한다.
KIA와 양현종의 대화가 길어진다는 것은 둘의 생각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양현종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렇다면 KIA에서 썩 내키지 않아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KIA는 내부논의를 거쳐 양현종과의 2차 면담에서 잔류를 요청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양현종의 의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큰 무대에 대한 동경은 선수로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포스팅 과정을 거쳐 미국에 진출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FA 자격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원칙적으로 KIA가 불허하면 양현종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갈 수 없다.

KIA가 무조건적으로 양현종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양현종 포스팅 최고 입찰액은 15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정상급 투수의 몸값이라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사실이다. KIA는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금액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었다. 단지 금액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뿐이다.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KIA는 금전적인 이득도 취하기 힘들다. 150만 달러 이하라면 kt의 특별지명 때 받을 10억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에이스를 잃는 대가가 20인의 보호선수 명단 밖에 있는 선수를 보내면서 받는 금액과 비슷하다면 꼭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다. KIA로서는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는 것 자체가 큰 희생이다.
포스팅 시스템 하에서는 선수를 보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구단의 고유 권한이다. KIA는 양현종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태도를 유지했다. 에이스에 대한 일종의 예우 차원이었다. 김광현 포스팅을 위해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SK 와이번스는 200만 달러라는 실망스런 금액도 수용하지 않기 힘들었지만, KIA는 대대적으로 알리지 않은 데다 김광현 때보다 포스팅 금액도 적어 상대적으로 선택이 자유롭다.
여러모로 KIA가 양현종에게 해외 진출의 기회를 줄만한 명분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양현종이 떠나면서 큰 선물을 안길 수 있다면 그 금액으로 FA 영입이나 내부 전력 강화에 힘쓸 수 있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 최악의 경우 진출을 허용했다가 양현종이 빅리그 구단과의 협상에서 실망스런 연봉을 제시받아 계약이 무산되면 KIA는 상처받은 에이스와 2015 시즌을 함께해야 할지도 모른다.
양현종 역시 해외진출을 고집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난해보다 더 나은 활약을 국내에 남아 보여준다면 향후 진출을 다시 시도했을 때 메이저리그에서 보는 시각도 더욱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 물론 빅리그 구단과 1년 계약 후 멋지게 몸값을 끌어올려 높은 금액의 다년계약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지금 무리하게 해외 진출을 강행하기에는 분명 여의치 않은 환경이다.
KIA와 양현종 모두에게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이 남은 시간 안에 합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합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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