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가 유럽 클럽 대항전 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도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샤흐타르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와 경기서 승리를 거둘 경우 2시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한다.
샤흐타르의 선전은 의미가 깊다. 현재 샤흐타르는 연고지를 잃은 상태다. 연고지인 도네츠크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세력간의 전투로 인해 축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샤흐타르의 구단 사무소는 무장세력의 거점이 됐고 연습장은 폭격으로 파괴됐으며, 홈구장인 돈바스 아레나는 8월과 9월, 10월에 연달아 포격당해 엉망인 상태다.

결국 샤흐타르 구단 이사진은 도네츠크를 떠나 키예프로 사무실을 옮겨 서쪽의 리비우 아레나에서 홈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연고지인 도네츠크로부터 1000km 이상 떨어진 사실상의 어웨이 경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홈구장으로 리비우 아레나를 쓰고 있지만 당연히 홈팬도 없고 오히려 야유와 조롱의 목소리가 더 크다. 지난 경기 때는 브라질 미드필더 알렉스 테셰이라가 원숭이라고 조롱당해 공을 집어던지는 사건도 있었을 정도.
디나모 키예프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인 샤흐타르가 한순간에 연고지를 잃고 떠도는 신세가 된 상황에서, 클럽의 희망은 UCL 뿐이다. 지난 시즌까지 자국 리그 5연패를 달성하며 최강으로 군림하던 샤흐타르는 올시즌 개막 후 벌써 3패를 당하며 힘겹게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UCL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사실뿐. 골키퍼 안드리 피야토프는 "우선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는 것이 목표"라며 UCL 선전을 다짐했다.
샤흐타르에 있어 더욱 절망적인 것은 연고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보증이 없다는 사실이다. 친러시아파는 샤흐타르 대신 새로운 축구팀을 만들 계획이다. 리나트 아흐메도프 구단주는 사실상 도네츠크 복귀를 포기하고 리비우 아레나를 사들일 계획을 짜고 있다.
그러나 샤흐타르에서 뛰고 있는 크로아티아 국가대표 다리오 스르나는 "지금 당장 도네츠크로 돌아가고 싶다. 돈바스 아레나에서, 팬들 앞에서 뛰고 싶다"며 복귀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했다. 모국인 크로아티아에서 내전을 경험한 바 있는 스르나는 "도네츠크에 받은 은혜를 갚고 싶다"며 고향의 명물인 오렌지 20톤을 2만 명의 우크라이나 아이드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면 도네츠크에 돌아가 거리에 키스할 생각"이라는 스르나의 다짐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다시 찾아오고 연고지에서 경기를 치를 날을 기다리며 샤흐타르는 UCL 우승의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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