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LG, 박용택 손잡고 잔혹사 끊을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1.26 06: 04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 잔혹사에 막이 내릴 것인가.
결국 협상 마지막 날까지 왔다. 2014년 11월 26일은 박용택(35)이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게 될지 결정되는 날이 될 것이다.
FA 자격을 얻은 박용택과 LG 백순길 단장은 지금까지 두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21일 잠실구장 구단 사무실에서 1차 협상, 그리고 25일 서울 모처에서 2차 협상에 들어갔다. 1차 협상은 한 시간도 안 돼서 종료됐다. 당시 양 측은 서로의 조건 차이가 큰 것을 확인했고, 박용택과 백 단장 모두 협상이 최종일까지 길게 진행될 것을 예상했다.

예상대로 2차 협상은 마라톤 같았다. 4시간이 넘게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했다고 한다. 박용택은 2차 협상을 마친 후 “나도 그렇고 LG 구단도 그렇고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 중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나눴다”고 밝혔다.
사실 박용택은 이번 FA시장의 주인공은 아닌 것 같았다. 최대어로는 최정이 꼽혔다. 하지만 최정이 전소속구단 SK와 재계약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관심은 장원준으로 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막상 FA시장이 진행되자 박용택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LG 트윈스 공식사이트에서는 1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재계약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용택 팬클럽의 재계약 기원 동영상 제작, 박용택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 등의 일이 일어났다.
박용택은 이 이야기를 듣고 “이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도 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그만큼 나와 구단 모두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박용택이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박용택’이란 이름 석 자가 지닌 상징성 크기 때문이다. 박용택이 곧 LG 트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박용택은 21세기 LG를 대표한다. 2002년 LG 입단 후 13년 동안 LG 유니폼만 입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완성형 타자가 됐다. 특히 2009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6년 동안 70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6리로 이 기간 리그 전체 타율 2위에 자리하고 있다. 타율 외에 안타(871개·2위) 도루(108개·15위) OPS(0.859·8위) 등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다.
2014시즌도 굉장했다. 박용택은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로부터 일찍이 리드오프 보직을 받았고, 1번 타자에 최적화된 타격을 만들었다. 그 결과 1번 타자로 나설 때 타율 3할3푼9리 출루율 4할3푼7리를 찍었다. 그러다가 시즌 중반 3번 타순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자 히팅포인트를 수정, 타율 3할6푼3리 득점권 타율 4할1푼으로 타순에 맞게 괴물로 변했다. 어느 타순에 자리해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수비서도 무주공산이었던 중견수를 소화해 팀 전력 전체를 상승시켰다.
박용택의 팔방미인 활약에 힘입어 LG는 2013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 10년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4시즌에는 최하위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기적을 연출했다. 현재 LG 선수 중 박용택 만이 LG의 암흑기를 모두 경험하면서 암흑기를 이겨냈다. 지난 13년 동안 LG 팬들 모두 박용택과 함께 울고 웃었다고 할 수 있다. LG 팬들이 박용택의 재계약을 소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LG는 그동안 빼어난 스타를 배출해 놓고, 이들과 뼈아픈 이별을 했다. 1990년대 LG 전성시대를 열었던 이상훈 김재현 유지현 모두 석연치 않게 팀을 떠나거나 은퇴했다. 이상훈은 트레이드로 허무하게 LG 유니폼을 벗었다. 김재현은 각서파문 끝에 LG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 유지현은 고작 만 33세에 은퇴를 중용, 11년만 프로에서 뛰고 코치가 됐다. 이로 인해 LG는 전력약화는 물론,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에도 실패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홀대가 10년 암흑기의 시작이 된 것이다. 여러모로 LG 팬들에게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이 트라우마로 자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팬들은 박용택을 꼭 지키려고 한다. 암흑기 속에서도 자신을 단련하고 팀을 끌어올린 박용택이 은퇴하는 그 날까지 LG 유니폼만 입기를 바란다. 박용택이 LG에서 커리어를 마감, 안타 홈런 타점 득점 등 타격과 관련된 많은 부문에서 프랜차이즈 기록을 세우는 모습을 기다린다. 지난겨울 이병규(9번)가 그랬던 것처럼, 박용택도 이번 FA 계약을 통해 ‘평생 LG맨’이 되기를 기원한다.
LG 구단 전체적으로도 이를 알고 있다. 양상문 감독부터 “용택이는 우리 팀의 3번 타자다. 가장 잘 치는 타자이자 어느 타순에서든 자기 몫을 다해주는 선수다. 이번에 좋은 계약을 체결해서 팀에 남아주기를 바란다”고 박용택의 재계약을 희망했다. 박용택과 홀로 협상 테이블에 앉고 있는 백 단장도 “박용택 선수가 그동안 우리 팀에 큰 공헌을 한만큼 적합한 대우를 해주고 싶다”며 박용택의 잔류를 위해 협상 테이블서 최선을 다할 뜻을 전했다.
전소속구단 우선 협상 마감일인 26일 박용택과 백 단장은 다시 한 번 마라톤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용택은 “마지막 날인 만큼, 한 번 더 만나기로 했다. 단장님과 시간이 허용되는 만큼 협상을 하기로 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협상 마지막 시간까지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뜻을 드러냈다.
물론 박용택과 LG 구단이 26일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박용택의 LG 잔류 가능성은 남아있다.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기타 구단 협상기간에서 박용택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는다면, 12월 4일부터는 다시 LG와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희박하다. 리더십을 발휘할 베테랑을 찾는 kt, 그리고 외야진이 마땅치 않은 팀들이 박용택과 협상을 준비할 것이다. LG와의 협상에서 오갔던 것보다 큰 규모의 계약이 박용택을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잔류가 결정되는 날은 26일이다. 박용택의 재계약 여부에 따라 3일 후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팬 행사의 온도차이도 극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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