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오현표 운영실장은 25일 내내 바빴다. 팀 내 FA인 우완투수 송은범과의 협상을 위해 인천까지 갔던 오 실장은 오후 늦게야 광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3일과 24일 연속으로 만났던 양현종과 3차 면담을 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는 못했다.
앞으로의 일정도 바쁘다. 협상 실무자인 만큼 송은범, 차일목과 대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현안인 양현종 포스팅과 관련된 업무도 마무리해야 한다. 포스팅 금액을 통보받은 직후 낮은 액수로 인해 구단이 고민에 빠지면서 결정이 늦어졌고, FA 시장까지 열리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이제 KIA와 양현종 모두 실질적으로 시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포스팅 수용 여부는 27일까지 결정해 통보하면 되지만, 온전한 하루는 26일이 마지막이다. 26일 오 실장과 양현종의 만남을 통해 둘 중 하나가 양보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마지막까지 가는 것보다는 좋은 시나리오다.

칼자루는 KIA가 쥐고 있다. 포스팅 시스템 하에서는 구단이 동의하지 않으면 금액이 아무리 높더라도 진출할 방법이 없다. 잔류를 권해 양현종이 받아들이면 팀의 에이스를 맡겨야 하는 만큼 KIA는 양현종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달래는 묘안을 준비해야 한다.
양현종은 여전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우선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적인 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150만 달러 혹은 그 이하의 금액에 에이스를 빼앗기는 것은 어느 팀이라 해도 반대할 일이다. 선택권이 구단에 있기에 양현종도 자신만의 생각으로 해외진출을 강행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메이저리그 도전 여부를 구단이 결정할 수 있음에도 합의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에이스의 잔류를 원하는 KIA가 최대한 기분 좋게 양현종을 잔류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양 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양현종이 국내에 남기는 하겠지만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 KIA로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기에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양현종 역시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결정권을 가진 구단이 확실히 도전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빅리그 진출 의지만 내세우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다음 시즌 국내에 남게 될 가능성을 열고 대화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장 빅리그에 가지 못하더라도 남는다면 KIA의 에이스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마음의 여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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