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피노키오', 신입의 고군분투가 건네는 위로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1.27 09: 59

[OSEN=김윤지의 몽땅연필] 직업인의 세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드라마가 최근 사랑 받고 있다. 종합상사의 이야기를 그리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과 방송사 보도국을 무대로 하는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가 그것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사회 초년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주제와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신입사원들의 고군분투가 묘한 감동을 준다는 점은 닮아 있다.
◇ 개성만점 신입4인방
두 작품 모두 신입4인방이 극 전체를 이끌어 간다. '미생'에선 장그래(임시완)를 중심으로 안영이(강소라) 장백기(강하늘) 한석율(변요한) 등이 드라마의 한 축을 구성한다. 동기인 이들의 응집력은 생각보다 헐겁다. 대부분 한석율의 제안으로 술자리와 만남이 이뤄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마지못해 나온 눈치다. 하지만 애증이 미묘하게 뒤섞인 각자의 관계가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미생'에선 장그래가 고졸이란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면, '피노키오'에선 최인하(박신혜)가 기자로서 치명적인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를 포함해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최달포(이종석), 어딘가 부족한 재벌2세 서범조(김영광), 사생팬 출신인 윤유래(이유비) 등 수습기자 4인 모두 자신만의 개성과 사연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뚜렷한 장기를 바탕으로 시체부검실, 경찰서 등을 오가는 혹독한 수습기자 생활이 버텨나간다.
◇ 멘토의 활약을 기대해
멘토들도 매력적이다. 극중 배경인 원인터내셔날에는 열린 마음의 이상적인 상사 오차장(이성민)부터 성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 마부장(손종학)까지 상사들이 유형별로 모여 있다. 시청자들은 특정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거나, 지난날 자신을 스쳐간 동료들을 떠올려 본다. '미생'이 다양한 연령층에 공감을 얻는 이유다. 분량은 적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강대리(오민석), 하대리(전석호) 등도 인기다.
'피노키오'에선 조만간 본격적인 방송국 생활이 펼쳐진다. 주된 배경인 방송국 YGN과 MSC는 상반된 가치관을 추구한다. MSC의 스타 기자 송차옥(진경)은 팩트보다 임팩트를 중요하게 여기고, YGN의 보도국장 이영탁(강신일)은 99%가 아닌 100%의 팩트에 가치를 둔다. 여기에 차가워 보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황교동(이필모),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선배 장현규(민성욱) 등이 더해져 '선배 라인'을 구성한다.
◇ 힐링되는 성장물  
 
'미생'과 '피노키오'에서도 의욕도, 실수도 많은 청춘들이 동료와 멘토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 그들의 직업세계가 철저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구현돼 치열한 직업인의 세계가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두 작품의 제작진들의 전작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미생'의 김원석PD는 KBS 2TV '성균관 스캔들'(2010) tvN '몬스타'(2013) 등을 통해, '피노키오'의 박혜련 작가는 KBS 2TV '드림하이'(2011),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등을 통해 따뜻하고 유쾌한 성장기를 그렸다.
특히 장그래나 최인하처럼 핸디캡을 가진 인물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다. 그들은 자신을 향한 편견과 맞서 싸우되 누군가를 탓하지는 않는다. '질과 양이 다른 신상'의 노력을 입증하기 위해 장그래는 새벽까지 야근은 물론이요, 온갖 궂은 일을 묵묵히 떠안는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다. 현실에선 물구나무 서기로 얻은 신입의 통찰력이 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고 있는 자신만큼이나, 혹은 과거의 자신처럼 눈물나게 노력하고 있는 이가 어딘가엔 있다는 위로. 그것이 이 두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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