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뛸 수도 없고 말이야...’
슈퍼스타출신 감독들이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프로농구 최하위 서울 삼성은 26일 오후 7시 서울 SK를 상대로 8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4승 14패, 최하위인 삼성은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9위 KCC(5승 13패)도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KT에 패하며 7연패에 빠졌다. 설상가상 27일 다음 상대가 챔피언 모비스다.
▲ 부상병동, 뛸 선수가 없다

삼성의 부진은 예고된 결과였다. 비시즌부터 임동섭의 발목이 돌아가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삼성은 자유계약선수로 보강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어를 모두 놓친 삼성은 송창무와 연봉 2억 2000만 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신인 드래프트서 2순위로 김준일을 뽑으면서 중복 전력보강이 되고 말았다. 가드와 포워드는 없는데 빅맨만 많아지는 기형적 선수층이 됐다.
임동섭의 자리에서 뛸 수 있는 김동우도 부상으로 시즌 중반에 겨우 합류했다. 이상민 감독은 빅맨 김명훈을 3번으로 기용하는 변칙라인업을 가동하는 고육지책을 냈다. 그런데 비시즌부터 손발을 맞췄던 키스 클랜턴이 발부상으로 한국을 떠났다. 갑작스레 대체선수를 찾아 어센소 엠핌을 데려왔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 설상가상 가드 박재현까지 다치면서 가드진의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
부상하면 KCC도 만만치 않다. 비시즌 국가대표로 차출됐던 김민구가 음주운전에 이은 교통사고를 내면서 모든 것이 꼬였다. 고관절 부상을 당한 김민구는 지금까지도 점프를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그가 언제 복귀할지, 100% 기량을 되찾을지 아무도 모른다. 연봉 6억 2000만 원을 주고 영입한 김태술도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21일 KGC전에서 박경상과 하승진이 동시에 발목을 다쳤다. 두 선수가 빠진 23일 KT전에서 KCC는 66-79로 졌다.

▲ 답답한 감독, ‘내가 다시 뛸 수도 없고’
허재 감독은 ‘농구대통령’이란 별명답게 현역시절 한국농구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다. 코트 바깥에서 사건사고도 잦았지만 적어도 코트 안에서 그를 당할 자가 없었다. 특히 1998년 챔피언결정전에서 갈비뼈에 금이 가고 오른쪽 손등이 골절된 상태에서 시리즈 평균 23점, 4.3리바운드, 6.4어시스트, 3.6스틸을 기록하며 준우승팀 최초 MVP를 수상한 것은 전설로 남아있다. 공교롭게 현재 KCC는 경기당 70.9점으로 9위에 머물러 있다.
이상민 감독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정교한 패스와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컴퓨터가드’란 별명을 얻었던 그다. 선수시절 이상민은 대전 현대와 전주 KCC에 통산 3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겼다. 이상민의 등번호 11번은 KCC 영구결번이다. 이상민은 정규시즌 통산 3583어시스트(평균 6.2)로 주희정(5077개)에 이어 역대 2위다.
그런데 지금 삼성 가드진은 툭하면 실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작전수행 능력도 떨어진다. 팬들은 ‘차라리 이상민 감독이 당장 뛰어도 지금 선수들보다 잘하겠다’는 푸념을 하고 있다.
삼성은 26일 SK를 잡지 못할 경우 연패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심지어 경기일정도 좋지 않다. 28일과 30일 연달아 난적 오리온스를 상대해야 한다. 12월 3일 KT전이 끝나면 5일 모비스가 기다리고 있다. 최악의 경우 삼성은 14연패인 상황에서 12월 7일 KCC를 만날 수도 있다. KCC 역시 이대로 계속 지다가는 11연패인 상황에서 삼성을 만나는 최악의 경우에 봉착할 수 있다. 두 팀 모두 피하고 싶은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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