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35)이 평생 LG맨이 됐다.
박용택은 26일 잠실구장 LG 구단 사무실에서 4년 50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 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 한국 나이로 마흔살까지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로써 2002년 LG에 입단한 박용택은 17년 동안 오직 LG 유니폼만 입고 프로 무대를 누빈다.
박용택은 물론, LG 구단 또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이번 계약이다. LG는 1990년대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 산바람 야구로 수도권 최고 인기팀이 됐다. 하지만 당시 주역이었던 이상훈 김재현 유지현 모두 석연치 않게 팀을 떠나거나 은퇴했다. 명목은 세대교체였으나 신예선수들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전력약화의 결과만 낳았다. 10년 암흑기의 시작이 된 순간들이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박용택은 고군분투했다. 특히 2009시즌 타격왕에 오른 후 리그 최고의 좌타자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2010년 겨울 LG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LG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LG는 박용택을 중심으로 전력이 강해졌고, 2013시즌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2014시즌 역시 꼴찌에서 4위까지 올라가는 기적을 연출, 1990년대 신바람을 재현하고 있다.
만일 박용택과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LG 이번 겨울은 어느 해보다 참담했을 것이다. 당장 팀의 중심타자와 중견수가 동시에 빠져나간 공백을 메울 명확한 방법이 없다. 게다가 팬들의 차가운 반응으로 2015시즌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실제로 협상 기간 동안 LG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1200여명이 박용택의 재계약을 기원하는 릴레이를 벌였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에는 ‘박용택’이 자리했고, 몇몇 팬들은 직접 동영상을 만들어 박용택의 잔류를 희망했다.
결국 LG는 박용택과 재계약에 성공,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 FA시장 과열로 이곳저곳 협상테이블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계약규모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박용택 역시 이번에도 LG와의 인연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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