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우승' 성남, 시민구단의 ‘새로운 표준’ 제시한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1.27 06: 39

“시민구단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성남 FC가 도·시민 구단운영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성남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서울과 0-0으로 비긴 후 승부차기 끝에 4-2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3번째 우승에 성공한 성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진출권을 손에 넣게 됐다.
여세를 몰아 성남은 2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서 김동섭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승점 37점이 된 성남은 경남(승점 36점)을 11위로 밀어내고 10위로 도약했다. 성남은 29일 부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할 경우 최소 10위를 확보, 강등권에서 완전히 탈출한다. 성남은 FA컵 우승과 강등권 탈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일보 직전이다.

경기 전 만난 김학범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아직 FA컵 우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김 감독은 “우승하고 숙소로 가서 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시즌 중이라 제대로 못 쉬었다”면서 아쉬워했다. K리그 클래식 강등권 탈출이 걸린 중요한 시점에서 멋진 우승축하연도 생략한 성남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성남은 많은 것을 얻었다. 시민구단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준 것. 김학범 감독은 “시민구단의 우승은 의미가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님도 구단에 관심이 많다. 우승으로 시민구단으로 발전가능성을 높였다”면서 기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민구단은 항상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또 구단운영을 두고 외압을 받는 경우도 많다. 어쩌다 한 번 좋은 선수가 나와도 기업구단에 되파는 식으로 예산 마련에 썼다. 시민구단에서 전력을 크게 보강해 우승을 노리는 것은 파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FA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ACL에 진출한 성남은 시민구단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나섰다.
김학범 감독은 “시민구단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간 ‘왜 시도민 구단은 안될까?’라는 생각이 많았다. 우리가 시도민 구단의 표본을 만들자는 생각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봉길 인천 감독도 “성남의 우승으로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자극을 받았다. 우리도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시민구단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성남의 FA컵 우승을 반겼다.
성남이 강등권에서 탈출하고 다음 시즌 ACL에서 선전한다면 시민구단으로서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하는 셈이 된다. 성남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 K리그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는 주변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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