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대한 헌신’ 조동화, 평생 SK맨 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27 06: 00

야구 선수들은 평생 ‘기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도 기록이다. 하지만 기록 이외의 가치도 있는 법이다. 조동화(33, SK)가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며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행사를 마쳤다.
SK는 26일 조동화와의 FA 계약을 알렸다. 4년 총액 22억 원(계약금 8억 원, 연봉 12억 원, 옵션 2억 원)의 계약이다. 50억 이상의 초대형 FA가 우후죽순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그다지 주목받을 만한 계약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FA 자격 행사는 그 어떤 누구에게나 소중한 권리다. 적게는 8~9년, 혹은 그 이상 꾸준하게 활약해야 얻을 수 있는 훈장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묵묵히 땀을 흘려왔던 조동화라면 더 그렇다.
시작도 화려하지 않았다. 2000년 신고선수로 SK에 입단했다. 방출의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신분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야구와 싸워야 했다. 그렇게 조금씩 자리를 잡았지만 항상 빛이 나는 선수는 아니었다. 무릎 부상이라는 큰 악재와도 싸웠다. 통산 994경기 출전에서 타율은 2할5푼. 빠른 발과 견실한 수비, 그리고 리그 최고 중 하나라는 작전수행능력으로 각광받기는 했지만 최정과 김강민이라는 대어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조동화의 진정한 가치는 꼭 기록에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행동으로 선수단의 귀감을 샀다. 이제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조동화는 여전히 팀 내에서 가장 성실하게 운동을 하는 선수다. 가진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야구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기 위해 희생하고, 때로는 몸을 날린다. 자칫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 대주자, 대수비 등의 임무에도 소홀해 본 적이 없다.
팀 내 클럽하우스 리더로서의 가치도 유효하다. 조동화는 팀 후배들을 가장 살뜰하게 챙기는 선배다. 올해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는 자신이 받은 MVP 상금을 후배 포수 허웅에게 쥐어주기도 했다. “참 열심히 하고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주는 선수인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 그랬다”라고 말하는 어투에는 착한 심성이 절로 풍겨져 나온다.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후배들도 잘 따른다.
올해 팀이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도 솔선수범해 팀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 선수 중 하나도 바로 조동화다. 팀도 이런 가치를 눈여겨봤다. 협상이 아주 순탄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판 제시액을 올려 조동화와 타협점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였다. SK의 한 관계자는 “사실 기록으로만 보면 그렇게 빛이 나지 않는 선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된다”라면서 “이런 선수들이 좀 더 대우를 받아야 후배들도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자신만 생각하는 ‘잘 하는’ 선수보다는 기량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팀을 위한’ 선수를 챙기겠다는 구단의 의지도 일정 부분 담겨져 있다”고 의의를 뒀다.
조동화도 구단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치를 잘 알고 있다. 조동화는 협상을 마친 뒤 “우선 내가 원했던 SK에 남게 되어 매우 기쁘다. 구단에서 앞으로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의미로 신경써주신 것 같다. 감사드린다”라면서 “SK에는 내가 함께 야구를 하고 싶은 선수들이 많다. 내년에 이 선수들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나이를 고려하면 ‘평생 SK맨’이 됐다고 해도 무방한 조동화의 헌신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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