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의 ‘케미스트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70세 노인과 20대 여성이라는 설정 때문일까? 아직은 기억에 남을만한 진한 스킨십 한번 없었건만 바라보는 이들에게 흐뭇한 미소와 설렘을 주는 이 커플의 힘은 배우들 특유의 캐릭터와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좋아하면서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70대 노인의 옛날식 사랑과 자신의 감정 앞에 솔직한 20대 여성의 사랑을 표현해내고 있는 신하균-장나라의 콤비 플레이가 유독 돋보인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미스터백'(극본 최윤정 연출 이상엽)에서는 조금씩 상대방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해 가는 최신형(신하균 분)과 은하수(장나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최신형은 은하수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침부터 출근하는 은하수를 바라보며 “예쁘네”라고 감탄했고, 아들 최대한(이준 분)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은하수를 집으로 불러내자 걱정과 동시에 질투심을 숨기지 못했다. 최대한이 여자들을 데리고 노는 철없는 망나니라는 인식으로 가득한 최신형은 최대한에게 달려가 “엄한 사람 상처 주는 짓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오히려 최대한은 "나 은하수 좋아한다. 왜 한창 젊은 나이에 젊은 여자 좋아하는 게 뭐 이상한 거냐? 내가 유부남도 아니고 딴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상처 줄 거라 생각하느냐. 무슨 근거로?"라고 말해 최신형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문득 드러난 아들의 진심에 당황했던 최신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완전히 믿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어 최대한의 제안으로 대한리조트에서 근무하게 된 최신형은 은하수와 함께 수영장을 닦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은하수에게 “최대한 그놈이 집으로 불러들이거나 밖에서 만나자고 껄쭉대면 절대 만나지 마라. 그 놈이 얼마나 여자들한테 상처를 줬는지 아느냐”며 “그놈 때문에 ‘죽네사네’ 차에 뛰어든 여자 때문에 들어간 돈이 얼만데. 그 사고로 수억 날렸다. 그놈한테 절대 넘어가면 안 된다. 이 책임감 없는 놈"이라고 아들을 ‘디스’했다.
사실 최대한과 최신형의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오해가 오랜 세월 쌓여와 불신의 뿌리가 깊었다. 그러나 최신형은 최고봉이 아닌 최신형으로 살아가게 되며 아들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었던 오해들을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과정에는 은하수가 함께 하며 그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최신형은 스스로 “이게 무슨 주책이야”라고 당황하면서도 은하수를 향해 기울어지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했다. 실버타운에서 행사가 있는 날, 그는 최대한과 장난을 치는 듯한 은하수의 모습을 보고 질투를 했고, 그의 손목을 잡고 건물 뒤편으로 데려와 화를 냈고 은하수는 “나한테 왜 이러시느냐. 혹시 나를 좋아하느냐"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사실, 은하수는 최신형을 향해 설렘을 느끼고 있던 상황. 앞서 그는 자신의 집을 나서 걸어가는 최신형을 바라보며 두근거림을 느꼈다. “쿵쿵따, 쿵쿵따”라고 최고봉에게 알려줬던 안정을 되찾는 운동을, 스스로 하던 그는 “내가 왜 이러지?”라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봤다.
‘미스터백’의 삼각관계는 꽤 효율적으로 짜여있다. 단순히 한 여자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릴 뿐 아니라, 그 속에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들어가고, 그 관계를 풀어가는 데 여자에게 중요한 역할이 부여돼 한층 탄탄하고 그럴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에 빠진 70대 노인의 연기를 해보이고 있는 신하균의 연기력. 신하균은 말을 하는 태도에서부터 표정 하나까지 옛날식 사랑을 하고 있는 노인의 감정선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들 최대한을 향해 호통을 치는 모습에서는 아들에 대한 몰이해와 동시에 그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드러나 세 사람의 러브라인에서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 그의 파트너인 장나라는 특유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부자(父子)의 사랑을 받는 ‘평범녀’ 은하수의 매력을 잘 선보이고 있다. 특히 캐릭터상 다소 과장되고 코믹해 보이기만 할 수 있는 신하균을 인간적이고도 자연스럽게 받아내며 완벽한 호흡을 완성하고 있다.
한편 '미스터백'은 돈-지위-명예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재벌회장 70대 노인이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30대로 젊어져,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짜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린 좌충우돌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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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