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경기(8월 16일)다."
2014년은 전북 현대에 최고의 한 해였다. 최강희 감독의 지휘 아래 공격과 수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인 전북은 리그 최다 득점 1위, 리그 최소 실점 1위를 바탕으로 해 통산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중 20승을 넘긴 건 전북(24)밖에 없다. 그만큼 전북이 압도적인 모습으로 우승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북에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전반기 동안 포항은 전북의 천적다운 모습을 보이며 전북에 계속해서 좌절을 안겼다.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 포항에 승부차기 패배 당했던 전북은 3월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진 것은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도 홈과 원정 모든 경기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포항과 6차례의 공식 경기서 모두 패배한 것.

최강희 감독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6연패였다. 게다가 당시에는 포항이 전북과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한 만큼 포항에 약한 모습은 보이기 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최강희 감독은 8월 16일 포항과 원정경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 최강희 감독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김남일과 신형민을 동시에 기용해 중원을 책임지게 하는 등의 승부수를 띄운 끝에 일방적인 경기로 포항을 2-0으로 물리쳤다.
"아무래도 이번 시즌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포항과 원정경기서 2-0으로 이긴 것이다"고 밝힌 최 감독은 "포항전 연패로 반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터닝포인트를 포항전, 특히 원정경기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긴다면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동국이 전북에서 통산 100호골을 넣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하지만, 나는 김남일과 신형민 조합 때문에 기억이 남는다. 두 선수의 존재로 포항에 항상 졌던 기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 결국 이날 승리는 우리에게 엄청난 것을 가져다줬다. 선수들이 자신감이 크게 살아난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FC 서울과 원정경기(1-0 승리)도 최강희 감독에게는 색다른 경기로 기억된다. 당시 전북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스리백 포메이션으로 나서서 완벽하게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섰다. 평소 전북이 보여주던 경기와 전혀 다른 경기 운영이었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비기려고 경기를 준비했다. 매번 이기려고 준비했지 비기려고 경기를 준비한 건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우리가 서울에 항상 당했다. 서울이 수비적으로 나서고 우리는 일방적으로 때리다가 졌다. 그런 경기가 되풀이 됐다. 내 욕심대로 또 하다가는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서울전에 수비라인을 내려서서 경기를 했다.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 3일 동안 집중적으로 준비를 했다.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 실제 경기도 쉬웠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계속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프로축구라면 팬들을 재미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시즌을 운영하면서 한 차례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떤 팀을 만나도 공격적인 모습으로 이기는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서울전에서 성공하긴 했지만, 실점을 안 하려고 경기를 한 것은 아무래도 어색했다"고 겸연쩍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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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