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 시장의 특징은 투수 매물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은 대부분 야수들이었다. 롯데 강민호, 한화 정근우·이용규, NC 이종욱이 대표적이다. 투수로는 삼성 장원삼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박 계약이 없었다. 시장에 나왔더라면 최대어가 됐을 윤석민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길을 돌린 뒤였다.
그런데 올해는 반대로 투수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미 원소속구단과 우선협상기간 동안 삼성 윤성환과 안지만이 각각 80억원과 65억원으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윤성환은 역대 FA 투수 최고액, 안지만은 구원투수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시장으로 나온 11명의 선수 중에서 6명이 투수라는 점도 특징이다.

롯데의 88억원을 거절하고 나온 장원준을 비롯해 송은범·배영수·권혁·김사율·이재영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역대로 이렇게 많은 투수들이 FA 시장에 나온 적이 없었다. 내년 시즌부터 10개 구단 체제가 되는 프로야구는 페넌트레이스 144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FA 투수들에게는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시즌이 길어지는 만큼 이를 버틸 수 있는 투수력이 매우 중요해졌고, FA 시장이 아니면 수준급 투수를 구하기 어려운 시대다.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얻기 어려운 게 투수이며 유망주들의 성장도 생각보다 더디다. 외국인 투수는 항상 복불복이기에 결국 검증된 투수를 데려오는 방법은 FA 시장밖에 없다.
그러나 FA 투수는 늘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한 야구 관계자는 "FA 투수들은 위험부담이 크다. 지금까지 FA 투수들이 성공한 케이스가 별로 없다. 특히 팀을 옮긴 투수들은 더욱 그렇다"고 우려했다. 투수의 팔과 어깨는 소모품이란 관점에서 볼 때 FA가 되는 시기는 정점을 찍은 뒤다.
'FA 먹튀'에는 투수들이 빠지지 않았다. 초창기 이강철부터 진필중·박명환·손민한·정대현 등 내로라하는 투수들이 FA 계약 이후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졌다. FA 계약 후 몸값에 걸맞은 정상급 활약을 한 투수로는 3번의 다년 계약을 체결한 송진우가 거의 유일하다. FA 이적생 투수로는 2003시즌 후 롯데와 4년 22억원에 계약한 이상목이 4년간 총 22승을 기록한 게 성공작이라고 평가해야 할 만큼 전무하다.
지난해 4년 60억원으로 투수 최고액을 갈아치운 삼성 장원삼이 올해 10승을 올렸지만, 몸값 기준으로 볼 때 아주 잘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FA 투수는 리스크가 크지만 시장 상황을 보면 구단들이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과연 '투수 FA 리스크'를 감수할 구단들은 어디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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