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캔자스시티 로얄즈와 마이애미 말린스가 29일(이하 한국시간) 1: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캔자스시티는 우완 불펜 애론 크로우를 보냈고 마이애미는 좌완 브라이언 플린과 우완 레이드 레드먼을 내줬다.

크로우는 메이저리그에서 풀 타임 불펜투수로 4시즌을 보냈다. 이에 비해 플린은 메이저리그에 두 시즌 동안 등장했지만 등판한 경기가 6경기(5경기 선발)에 불과하다. 레드먼은 아직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지 못했다.
이럴 경우 통상적인 평가는 캔자스시티가 미래에 베팅한 것이고 마이애미는 즉시전력을 보강한 것이 된다.
하지만 이를 보는 현지 미디어들의 시각은 다르다. 아예 CBS SPORTS는 마이애미가 모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뜯어보면 CBS SPORTS의 보도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캔자스시티는 실익을 챙겼고 마이애미가 모험을 했다는 표현이 더 적당한 표현일 수도 있다.
얘기는 크로우의 구속에서 시작된다. fangraphs.com의 도움을 받자. 크로우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1시즌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4.9마일이었다. 슬라이더는 85.6마일, 커브는 81.3마일이었다. 셋업맨으로 훌륭한 구속이다.
하지만 2013시즌까지 꾸준히 94마일을 넘던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이 2014시즌에는 91.9마일로 떨어졌다. 슬라이더(82마일)역시 속도가 느려졌다. 2012시즌부터 구사한 체인지업(87.7마일) 역시 85.8마일이 됐다. 그나마 커브만 구속이 유지(81.5마일) 됐지만 직구 스피드가 떨어진 상황에서 커브가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더 불리하다. 어차피 크로우는 직구 스피드에 의지하는 선수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떨어진 구속 만큼 기록도 나빠졌다. 지난 시즌 67경기에서 59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 4.12로 4시즌 만에 처음으로 4점 대로 높아졌다. K/9=5.2를 기록, 전년도의 8.3에 비해 눈에 띄게 나빠졌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9.4, 9.0이었다. 이 바람에 크로우는 캔자스시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 했음에도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캔자스시티는 크로우의 트레이드 발표가 있던 날 우완 불펜 투수 제이슨 프레이저와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연봉 125만 달러, 2016년 옵션은 200만 달러에 바이아웃 금액이 55만 달러 조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매년 성적에 따른 최대 50만 달러의 인센티브가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캔자스시티는 4년간 팀에서 활약한 크로우 대신 지난 해 7월 텍사스에 이적해 한 시즌 반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프레이저를 선택한 셈이 됐다. 여기에는 구위뿐 아니라 올 해 연봉 147만 5,000 달러를 받은 크로우가 연봉조정신청 권한이 있는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마이애미 입장에서 생각해볼 차례다. 논점은 과연 마이애미는 크로우가 내년에 다시 직구 구속을 회복해 도움이 되기를 바랄 정도로 불펜 보강이 시급했는가이다. 다시 CBS SPORTS의 기사로 돌아가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미 마이애미는 7명의 좋은, 그것도 모두 29세이하의 불펜 투수들이 있다. 마무리 스티브 시셱을 제외하더라고 40.2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0.66을 기록한 브라이언 모리스, 평균자책점 1.34의 댄 제닝스(40.1이닝) 등이 있다. 불펜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A.J.라모스는 64이닝 투구에서 평균자책점이 2.11이다. 결국 크로우는 적어도 지난 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하면 불펜에 들어가도 8번째 투수이거나 아니면 마이너리그 강등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물론 마이애미가 내준 투수들은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검증이 필요한 신예들이다. 그나마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플린은 좌완이면서도 201cm에 달하는 장신인 점이 눈에 뜨인다. 우월한 신체조건에 비해 직구 스피드는 90마일 정도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포피치 투수이고 특히 슬라이더(지난 시즌 평균구속 83.7)가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두 시즌 동안 3패만 기록했다. 25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9.00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4시즌 동안 92경기에 전부 선발로 나와 통산 33승 29패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했다.
레드먼은 2013년 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돼 1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내야수(3루수와 2루수)로 뛰었다. 하지만 2012시즌 종료 후 팀에서 방출됐고 2013년 마이애미가 계약하면서 투수로 전향시켰다. 지난 시즌까지 마이너리그 63경기에서 90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마이애미 입장에서는 현단계에서 메이저리그 수준이 아닌 두 선수를 내보내고 크로우를 영입했으므로 실익을 챙겼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크로우의 내년 시즌 활약이 미지수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모험이 맞다.
하지만 유망주 두 명을 데리고 온 캔자스시티가 실익을 챙겼다고 할 수 있을까. 돈이 덜 들면서도 크로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적어도 지난 시즌 기록으로는 더 잘 할 수 있는)프레이저를 재계약을 통해 잔류시켰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의미다. 이미 우완투수로 철벽 불펜을 구축하고 있는 캔자스시티가 이번에 데려온 좌완 플린을 불펜으로 기용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실속은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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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로얄즈에서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 된 우완 불펜 투수 애론 크로우. 유망주 2명을 내준 마이애미가 모험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