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미녀의 탄생'은 여주인공 한예슬의 미모를 무기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미모는 결국 드라마의 발목을 잡는다. 바로 외모지상주의라는 덫에 의해서 말이다.
'미녀의 탄생'은 뚱뚱한 아줌마 사금란(하재숙 분)이 전신 성형 후 예쁜 사라(한예슬 분)이 돼 전남편 이강준(정겨운 분)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드라마다. 여기에 백마 탄 왕자님 한태희(주상욱 분)와 사라의 달달한 로맨스도 이야기의 한 축이다. 결국 '미녀의 탄생'은 사라가 있음으로 가능한 드라마인데, 사라 역을 맡은 한예슬의 존재감은 당연하게도 상당한 편이다.
결국 이 드라마는 한예슬의 미모를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다. 드라마가 방송될 때마다 한예슬의 미모에 감탄하는 시청자들이 줄지어 섰고, 실제로 네티즌은 '미녀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예슬의 미모를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다. 한 차례 논란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낸 한예슬은 이제 논란보다는 미모로 더욱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예슬의 미모가 '절대적'이듯 극중 사라 또한 지나치게 아름다운 인물이다. 지난 29일 방송분에서 그는 HBS 방송국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걱정하는 태희에게 "잘할 수 있어요. 전 예쁘니까요"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처럼 사라는 한 번 본 사람은 잊을 수 없는 미모로 어떤 일이든 척척 해내고 있다. 게다가 태희, 강준, 그리고 위너그룹의 권력자 한민혁(한상진 분)까지 무려 세 남자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예슬과 사라가 부각되다보니 '미녀의 탄생'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드라마는 사라의 내면을 부각시키려 사라의 모습으로 통해 사금란이 사실 얼마나 훌륭한 여자였는지를 보여주려 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내면보다는 외모에 더 눈길을 가게 만든다. 같은 내면임에도 사라와 사금란이 하늘과 땅 차이의 대우를 받는 모습으로 인해 해답은 외모에 있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9회까지 방송된 '미녀의 탄생'은 구체적인 스토리에서도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시선에서는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사라가 지금까지 강준에게 복수하고 출세할 수 있었던 결과에는 미모라는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 그가 SNS에 노출된 먹방 하나로 스타가 되고 방송에 출연하며, 강준을 순식간에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절세미녀인 사라의 미모 덕분이었다.
여기서 '미녀의 탄생'은 딜레마에 빠진다. 한예슬의 미모는 분명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다. 그럼에도 이를 전면에 내세울 수록 드라마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것처럼 비춰진다.
이날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자신을 좋아한다는 태희에게 "사금란을 좋아하는 거냐, 사라라는 여자를 좋아하는 거냐"고 묻는 사라의 모습이 등장했다. 태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드라마는 단순한 미녀의 탄생에서 나아가 보다 깊은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을까. '미녀의 탄생'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mewolong@osen.co.kr
'미녀의 탄생'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