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이번 FA 시장에서 우리 팀은 100억 원 넘게 돈이 남았어요. 이제 이 돈을 구장 확장에 투자해야죠."
롯데는 FA 3인방과 모두 계약을 맺는 데 실패했다. 좌완 장원준에게는 4년 88억 원, 우완 김사율에게는 3년 13억 원, 내야수 박기혁에게는 3년 10억 원을 제시했지만 모두 협상에 실패했다. 시장에 나간 3명은 모두 자리를 찾았다. 장원준은 29일 두산과 4년 84억 원에 계약을 맺었고 김사율과 박기혁은 나란히 kt 유니폼을 입었다.
FA 시장에서 선수들을 놓친 건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롯데는 적지 않은 금액을 아낄 수 있었다. 일단 FA 선수 3인방에게 제시했던 금액의 총합은 101억 원이다. 그리고 3명 모두 FA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게 된다. 장원준을 영입한 두산으로부터는 올해 연봉의 2배+보상선수 혹은 연봉의 3배를 받을 수 있고, 신생팀 kt로부터는 김사율과 박기혁의 올해 연봉 3배를 보상금으로 받는다. 롯데는 당연히 두산으로부터 보상선수를 받을 예정인데, 그렇다면 보상금 총액은 23억 원이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124억 원을 아꼈다.

이제 필요한 건 이 돈을 구단에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124억 원 전액을 구단 발전에 투자하는 건 쉽지 않다. 장원준과 같은 거액 계약자는 그룹의 재가가 필요하다. 장원준을 안 잡았다고 88억 원을 구단이 갖게 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롯데는 선수를 잡았을 때와 비교하면 인프라 투자에 여유를 갖게 됐다.
신임 이창원 사장와 이윤원 단장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건 리빌딩이다. 내년 롯데가 우승권에 도전할 전력이 아니라고 봤을 때 2015년은 도약을 위한 주춧돌을 쌓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이 단장은 "내가 부임하고 있을 때 우승을 하는 것보다, 10년 뒤를 바라보고 토대를 다지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나중에 성과를 거뒀을 때 사람들이 기억해 준다면 만족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롯데가 FA 시장 철수를 선언하며 했던 이야기가 선수육성 투자다. 현재 롯데 2군구장인 상동구장은 2007년 완공됐는데, 그 당시에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최적의 훈련지였다. 전임 이상구 단장은 가장 뿌듯한 일로 상동구장 완공을 꼽기도 했다. 상동구장에서 롯데는 좋은 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상동구장도 구식구장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사이 새롭게 개장한 LG와 두산, KIA의 2군 훈련장은 1군선수들도 부러워할 시설이 갖춰졌다. 선수육성의 중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구단들은 아낌없이 유망주 육성에 투자를 하고 있다.
때문에 롯데도 상동구장 재정비를 계획하고 있다. 이 단장은 그룹 정책본부에서 10년 넘게 롯데 자이언츠를 담당했었는데, 상동구장 역시 그가 있을 때 지어졌다. 이 단장은 "지금 기준에서 보면 상동구장도 이제는 보수가 필요하다. 아예 새롭게 터를 잡고 짓는 건 어렵겠지만,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직구장 일부 개보수, 선수 육성 투자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롯데는 2~3년 동안 2군에서 새로운 선수가 등장하지 않았다. 이 단장 역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지금 롯데가 갈 길은 FA 시장에서 아낀 실탄을 육성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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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상동야구장 실내연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