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인간의 조건’, 그래서 더 치열한 ‘나 혼자 남자다’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4.11.30 07: 24

‘개그콘서트’의 코너 ‘나 혼자 남자다’는 박성광이 기센 여자 선배들 가득한 회사에서 겪는 일화를 코믹하게 그려내 사랑받고 있다. 안일권 정승환은 여자들 사이에서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말투와 행동으로 회사에 적응한 상황. 유일하게 진짜 남자인 박성광의 ‘멘붕’이 연속되면서 큰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서는 김준호 김준현 정태호 김기리 조우종 개코 등 멤버들이 새 미션 금남의 직업 도전하기를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이 코너의 버라이어티 버전이 펼쳐졌다. 금남의 구역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설렘도 잠시. 여자들과의 일보다 여자들의 일에 초점을 맞춘 ‘인간의 조건’은 “여자들 하는 게 쉬운 게 있나요”라고 물으며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했다.
KBS 환경미화원으로 분한 김준호, 요구르트 배달원이 된 김준현, 유치원 선생님 정태호, 헤어메이크업 디자이너 김기리, 속옷 회사 디자이너 개코, AOA 스타일리스트 조우종은 서로 다른 근무환경에 설레기도, 웃기도, 인상을 쓰기도 했지만 곧 새로운 직업에 녹아들며 여자들의 일과 감성에 물들어갔다.

온종일 쳇바퀴 돌 듯 KBS 예능국에서 청소와 식사를 반복했던 김준호는 “이들이 우렁각시”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아이들과의 놀이와 청소가 반복된 정태호는 “한시도 쉬는 시간이 없다”면서 “이건 그냥 남자들의 일”이라고 말했다. 요구르트 배달원으로,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한 김준현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가사일에 남자들의 투덜거림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고, 헤어메이크업 디자이너 김기리는 잠시도 앉을 틈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개코는 여자들만 가득한 회사에서의 묘한 기류에 몸둘 바를 몰랐고, 걸그룹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렜던 조우종은 도무지 끝나지 않는 스타일리스트의 하루 일과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여자, 남자의 일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이날 여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직업을 체험한 멤버들은 평소라면 절대 접할 수 없는 노동의 가치와 그 숭고함까지 새삼 깨달았을 터. 미션 첫날, 단 하루의 경험이었지만 벌써 많은 것을 느끼고 숙소에 돌아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급격히 곯아떨어지던 멤버들의 고단함은 그간 잘 몰랐던 여성들의 수고를 조명하면서, 나 혼자 남자라서 더 외롭고 치열했던 멤버들의 고군분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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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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