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생(未生)' 속 장그래(임시완 분)가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말로 많은 이들을 울컥하게 했다.
연봉 계약서에 사인하고, 인센티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규직의 모습을 바라본 비정규직의 마음이 녹아든 대사였다. 이 장면이 더 슬펐던 건, 이게 단순 드라마 속 과장된 설정이 아닌 실제 우리네 현실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제껏 고달픈 직장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 높은 공감대를 형성했던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원작 윤태호)이 지난 29일 방송된 14회에서 비정규직의 애환을 담아내며, 비정규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같은 사람' 취급을 못 받는 잔인한 모습이 묘사됐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인 탓에 정규직 타이틀을 얻지 못한 장그래는 차츰 인턴생활을 함께 한 입사 동기들과의 차별점을 느끼게 되고 '같은 사람이고 싶다'며 스스로 욕망한다. 하지만 그가 믿고 의지했던 오차장(이성민)에게 돌아온 말은 "정규직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직언. "욕심을 내지 말라"는 말도 함께였다.
장그래도 되물었다. 욕심도 허락받아야 하는 거냐고. "정규직, 계약직 신분이 문제가 아니라, 그게 아니라, 그냥 계속 일을 하고 싶은 거다. 차장님과 과장님과 대리님과, 우리, 같이"라는 말로 '우리'라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비정규직의 설움을 토로했다.
오차장의 본심은 방송 끝자락 선차장(신은정)과의 옥상 대화에서 드러났다. 오차장은 과거 장그래와 비슷한 말을 했던 계약직 여직원에게 "자기개발서에서나 나올법한 말을 매일 해줬다"며 '야간대학', '꿈', '노력' 등을 이야기했던 대리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고, 퇴사 후 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오차장은 장그래에게 그때와 같이 무책임한 위로, 대책없는 희망을 안기는 것보다 '현실'을 일깨우기 위해 매정한 모습을 자처했던 것.
이날 '미생' 14회 속 비정규직 이야기는 드라마 방영시간에 맞춰 자막이 올라가며 끝이 났다. 하지만 여전히 뉴스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비정규직과 관련된 수많은 기사들은 그들이 받고 있는 서러운 차별과 이로 인한 눈물과 좌절, 그리고 여전히 이를 해결 못하는 법령의 허술함 등을 빼곡하게 다루고 있었다. 장그래만 '미생'이 아니라, 아등바등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다 '미생'이었다.
한편, '미생'은 장그래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원작으로 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 tvN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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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