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가 된 남기일 대행의 ‘파비오 교체투입’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11.30 06: 49

부상에 시달리고 있어도 팀 내 최다득점자의 위엄은 여전했다. 무리수일 수도 있었던 남기일 광주FC 감독 대행의 ‘파비오 교체투입’은 믿음에 보답한 파비오의 멀티골로 ‘신의 한 수’가 됐다.
광주는 29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4 플레이오프 경기서 3-0 승리를 거두며 홈팀 안산을 제치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광주는 이날 상주에 패하며 K리그 클래식 11위가 확정된 경남FC와 단 한 자리를 두고 다투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정규시즌 내내 안산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광주(1무 3패)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칼을 갈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강원을 제압한 후 "안산전만 바라봤다"고 호언장담했을 정도로, 안산을 제압하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겠다는 굳은 결의로 똘똘 뭉쳐있었다.

경기 전 남 대행은 “안산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조직력으로 승부하겠다”며 하나된 팀으로 맞설 것을 다짐했다. 광주를 상대로 펄펄 난 서동현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이날만 바라보고 달려온 남 대행의 의지는 굳건했다.
부상을 당한 파비오를 벤치명단에 포함시킨 것도 그런 결의의 한 부분이었다. 부상으로 인해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던 파비오를 명단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남 대행은 “파비오의 상태가 좋지 않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뛰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하다. 만일을 대비해서 데리고 왔다”고 설명했다. 팀의 가장 중요한 기로에서 꼭 도움이 되고 싶다는 파비오의 마음을 받아들인 것.
숨은 속내도 있었다. 남 대행은 여기에 “보여주기 식도 있다”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언제든 파비오를 출격시킬 수 있다는 긴장감을 상대 안산에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동시에 광주 선수들에게도 파비오가 그라운드에 나서면 더욱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라는 일종의 사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남 대행의 ‘파비오 교체투입’은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한 수가 됐다.
무승부로 끝날 경우 정규리그 2위 안산이 홈 어드밴티지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만큼, 반드시 골을 넣어야하는 광주는 후반 20분이 지날 때까지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남 대행은 후반 20분 여름을 빼고 파비오 투입을 결정했다.
파비오는 통증을 참기 위해 주사를 맞고 팀과 함께 했다. 남 대행에게 “20분만 뛰게 해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자신의 간절함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파비오는 교체투입 후 5분 만에 그토록 터지지 않던 팀의 선제골을 뽑아내며 숨통을 틔웠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불과 1분 사이에 이번에는 김호남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승기가 단숨에 광주 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31분 디에고의 쐐기골까지 터지면서 광주는 결국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안산전 당시 자신의 교체 실수로 인해 역전패했다며 아쉬움을 전한 남 대행도 이번 ‘신의 한 수’로 그 패배를 설욕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남 대행은 “파비오 말대로 20분 정도 뛰게 할 생각이었다. 그 때까지 참고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보고 타이밍이 왔다 싶어서 파비오를 넣었는데 잘 됐다. 파비오가 승리의 주역”이라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영웅에게 고마움 담뿍 담긴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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