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불펜' 권혁, 김성근 야구의 꽃이 될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11.30 06: 33

한화 김성근(72) 감독은 마운드 운용이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쌍방울 시절부터 불펜투수 활용을 극대화한 '벌떼야구'로 잘 알려졌다. 각 투수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바로 불펜의 왼손 투수들이었다. 김성근 야구의 꽃이었다. 
김 감독은 왼손 불펜투수들을 적극적으로 썼다. 쌍방울에서는 오상민, LG에서는 류택현, SK에서는 가득염·이승호·정우람 등이 김 감독의 야구를 빛내준 왼손 불펜요원으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투수들이었다. 상대의 추격 흐름을 차단하는 데 있어 이들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한화는 불펜에 왼손 투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베테랑 박정진을 제외하면 1군에서 풀타임으로 던진 왼손 투수가 없었다. 박정진은 팀 내 가장 많은 60경기 등판해 49⅓이닝을 던졌다. 올 시즌 초반에는 윤근영이 활약했지만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 좌완 권혁이 FA 시장에 나왔고, 한화가 4년 총액 32억원으로 계약에 성공했다. 김성근 감독 야구인생에서 처음으로 외부 FA 영입이 이뤄진 순간. 김 감독은 "권혁은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김 감독의 야구를 가장 빛낼 수 있는 유형의 투수가 권혁이기 때문이다. 
포철공고 출신으로 지난 2002년 삼성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권혁은 프로 12시즌 통산 512경기 37승24패11세이브113홀드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 중이다. 홀드 113개는 역대 통산 5위. 홀드왕에 오른 2009년 포함 2007~2012년 6년 연속 40경기 이상 등판하며 두 자릿수 홀드를 꾸준하게 기록했다. 
전성기 시절 권혁은 최대 64경기를 나왔고, 80⅔이닝까지 던져본 적이 있다. 연투에도 능하고, 중간으로 나와 2이닝 이상도 곧잘 던졌다. 140km대 중후반 강속구를 던질 수 있기 때문에 경기 후반에 더욱 위력적인 타입이다. 이기고 있거나 대등한 상황에서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카드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선호하는 왼손이라는 점에서 한화에서 권혁의 활용도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혁은 지난해부터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최근 2년은 등판 기회가 줄었다. 그래서 삼성을 떠나 한화로 왔다. 김 감독은 "올해 볼이 많이 좋아졌더라"며 "내가 직접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보고 어떻게 쓸지를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권혁의 가세로 김성근 감독 특유의 불펜 야구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권혁이 '김성근 야구의 꽃'이라는 왼손 불펜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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