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이정재가 제 2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당대 최고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 시절의 인기를 오히려 능가하는 모습이다. 그 때 그는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젊고 몸매 잘 빠진 미남 스타로 인정받았다. 연기력에서는 살짝 의문부호가 붙었던 게 사실이고.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배우 이정재에게는 찬사화 호평이 쏟아진다. 매력? 뚝배기는 장맛이라더니 20대 때보다 더 감칠 맛을 내고 있다. 진짜 남자배우는 40대부터 자신의 진짜 멋진 얼굴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법이니까.
올해 늦가을, 이정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 흥행 광풍에 의연히 맞서고 있다.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는 개봉후 24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면서 오늘(30일) 8백만 관객을 넘어설 기세다. 설경구 박해일 '나의 독재자'를 비롯해 주원 설리 '패션왕', 염정아의 '카트' 등 숱한 한국영화들이 '인터스텔라' 앞에 제물로 희생됐다. 외화들도 마찬가지. 브래드 피트의 액션 '퓨리'는 물론이고 북미 시장을 휩쓴 '헝거게임:모킹제이' 등이 맥없이 물러섰다.
이정재의, 이정재에 의한, 이정재를 위한 영화 '빅매치'는 달랐다. 27일 막을 올린 '빅매치'는 개봉 후 줄곧 2위 자리를 지키며 '인터스텔라'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호시탐탐 정상을 넘보는 중이다. 관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빅매치'는 29일 하루 동안 16만5291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 40만명을 기록중이다. 개봉 첫 주말에 50~60만 관객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빅매치'가 2014년 흥행작 대열에 이름을 올리면 이정재는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로서의 위치를 더욱 단단하게 굳히게 된다. 2012년 최동훈 감독의 천만영화 '도둑들'에서 뽀빠이 역으로 열연을 펼친 데 이어 황정민과 환상의 콤비를 이룬 '신세계'(2012년), 그리고 '관상'(2013년)까지 불패 신화를 이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관상'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는 생애 최고의 카리스마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다.
‘빅매치’는 인생의 단 맛 쓴 맛을 맛본 뒤 연기에 물이 오른 이정재가 본격적인 액션 블록버스터로 돌아온 작품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책임지는 원톱 주연을 맡았고 통쾌한 활극 한 편을 완성시켰다. '도둑들' 이후 일련의 영화들에서 얻은 자신감이 이처럼 활기찬 이정재 식 액션 호연을 이끈 게 분명하다.
김범석 영화전문기자는 '빅매치' 리뷰에서 '도입부 경찰서 유치장에서 보여주는 이정재의 고난이도 액션은 이 영화가 앞으로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를 잘 암시한다. ‘놀라지들 말고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는 감독의 애피타이저는 중반부로 치달을수록 현란하고 빠르게 편집된 화면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이정재의 도심 액션은 아크로바틱과 비보잉을 보는 것처럼 시각적 쾌감이 기대 이상'이라고 평했다.
이정재는 50대로 넘어가면 힘들어질 액션 주연의 기회를 '빅매치'로 유감없이 소화한 듯 하다. 그는 기자간담회 때 "적지 않은 나이라 운동해도 예전같지 않다"며 "나이가 있는 관계로 운동을 하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살이 빠지고 말라갔다. 예전에는 2~3달만 운동해도 티가 났는데 그렇지 않아서 놀랐다"고 했다.
또 "내가 아주 젊지는 않지 않나. 뛰는데 속도도 잘 안나고 발도 엉키고 시간도 오래걸리고 쉬어야 되고 많이 걱정했다. 솔직히 몸무게도 원하는대로 많이 안 쪘는데 열정적으로 한 것 같다"고 액션 소감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정재는 얼마전 모교인 동국대에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1억원을 쾌척했다. 보이지 않는 선행을 계속하는 모습에서 연기적으로 못지않게 인간적으로 성숙한 면모를 엿보게한다. 한 배우가 20, 30대 질풍노도의 시절을 거쳐서 완숙한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영화팬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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