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미생' 임시완, 노력을 배반하는 세상의 비극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1.30 10: 36

'미생'은 역시 달랐다. 계약직의 비애를 다루되 대책 없는 희망이나 무책임한 위로를 건네지 않았다. 담담했기 때문에 더 안타까웠다. 
지난 29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14회에서 장그래(임시완)는 자신이 놓인 계약직의 신분을 새삼 자각했다. 인사팀이 신입사원들에게 건네는 연봉계약서에서 장그래의 이름은 없었고, 여타 계약직 사원들처럼 신년 선물로 햄이 아닌 식용유를 받았다. 장그래는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닌, 어머니의 자부심"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너무 쉽게 그를 '계약직 사원'이라 불렀다.
그를 바라보는 오차장(이성민)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그는 장그래에게 설 용돈을 따로 챙겨주면서도 헛된 희망을 품지 않길 바랐다. 장그래를 회의실로 따로 불러 고졸 검정고시 출신인 장그래가 정직원이 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이후에도 "욕심내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평소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그가 이처럼 단호한 이유는 장그래처럼 고졸 사원이었으나 단칼에 잘려나간 후배 이은지 탓이었다.

오차장과 최전무(이경영)의 과거도 두 사람의 대사로 드러났다. 이은지에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꿈을 꿔라" 등 자기계발서와 같은 말들을 해줬지만 결국 등돌렸던 최전무와 "책임지겠다"고 했으나 책임지지 못한 오차장. 최전무는 당시를 새까맣게 잊었지만 오차장은 그렇지 못했다. 장그래에게 차가운 말을 내뱉는 오차장이었지만, 실은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후배를 잃은 자신에 대한 책망이었다. 
시청자들은 '미생'의 현실에 공감했다. 고졸 사원인 장그래가 정직원이 되거나 훗날 임원이 된다면 그것대로 쾌감이 있겠지만 말그대로 판타지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다고 못 박았다. "아파야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식의 위로는 없었다. "그만큼 아프면 환자지, 청춘이냐"는 청춘들의 항변처럼, 주어진 상황에 노력했지만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없는 안타까운 청춘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장그래의 처연한 표정이 이를 대표했다.
이번 14회는 기존 보다 지나치게 부각됐던 간접광고(PPL)로 애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환부인 비정규직 문제를 현실적으로 접근하며 시청자들을 울렸다. 종영까지 남은 6회 동안 장그래는 더 많은 시청자들을 울릴 것이다. 그럼에도 '미생'은 '당신은 어머니의 자부심'이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남겨놨다. 그리고 그것이 이 세상 '장그래'들에게 건네는 '미생'의 소소한 위로였다.
jay@osen.co.kr
'미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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