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훈 코치, “흔적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2.01 05: 57

다음 시즌부터 두산 베어스의 투수들을 지도할 이상훈 코치가 새로운 제자들, 그리고 팬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 코치는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팀의 팬 미팅 행사인 ‘곰들의 모임’ 환담회에 참석해 새로운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두산 팬들과도 처음 만났다. 얼마 전까지 고양 원더스에 몸담고 있었고, 구단과의 만남도 공식적으로는 이날이 처음이라 아직 유니폼도 지급되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이 코치는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통해 두산맨이 됐음을 알렸다. 평소 가지고 있던 소신과 새로운 각오도 들을 수 있었다.
첫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이상훈다웠다. 두산에 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코치는 “유니폼 입은 사람이 유니폼 입은 사람을 만나는데 특별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답변만 보고 누가 말했는지 맞혀보라고 해도 이 코치라고 말할이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이 코치의 보직은 퓨처스 팀 투수코치다. 팀 합류 후 결정된 것은 아니다. 김태형 감독은 처음부터 이 코치에게 퓨처스 팀의 투수들을 지도해달라고 부탁했다. 가장 먼저 연락한 것은 스카우트팀의 이복근 팀장이었다. 이후 김태룡 단장이 합류 의사를 재확인했고, 최종적으로 김태형 감독의 한 마디에 이 코치는 마음을 굳혔다.
이에 대해 이 코치는 “감독님이 부임하시고 3일 정도 뒤에 전화해주셨다. 한 팀의 수장께서 직접 말씀해주셨다는 점이 감개무량할 뿐이다. 감독님은 나에게 ‘퓨처스 팀의 젊은 선수들을 책임지고 지도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네, 알겠습니다. 뭔들 못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는 말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성근 감독과 고양에서 함께했던 2년 동안 지도자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누구를 만나든 상대를 꿰뚫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코치는 “연습 때 잘 던져도 경기 때 그렇지 못하면 투수가 아니다. 선수의 심리적인 상태와 개인적인 것들, 여자친구 등의 문제들이 상당히 중요하다.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각 선수들에 대한 맞춤형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이 코치는 선수의 상태에 따라 관리법을 다르게 할 방침이다. “코칭스태프가 선수와 소통하다 보면 말이 필요 없는 선수도 있다. 반대로 붙잡아놓고 시켜야 하는 선수가 있다.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내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코치의 의견이다. 이러한 맞춤형 지도를 위해 이 코치는 지금부터 두산 투수들을 읽기 시작할 것이다.
선수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순간을 통틀어 이상훈이라는 인물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오늘을 사는 사람’이다. 이 코치는 “항상 오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내가 떠난 뒤 다른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다”라고 짧고도 명확하게 말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두산에서의 이 코치가 훗날 어떻게 기억될지도 벌써부터 궁금한 일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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