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지난 3년간 골든글러브를 배출하지 못했다. 지금은 NC로 떠난 이종욱이 2010년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한 것이 마지막이다. 올해는 지난 3년의 허전함을 풀어줄 선수가 나타났다. 바로 포수 양의지(27)다.
양의지는 지난달 30일 발표된 골든글러브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경쟁자는 이지영(삼성), 김태군(NC)이다. 97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 10홈런 46타점을 해낸 양의지는 109경기에 나서 타율 2할6푼2리, 홈런 없이 23타점을 올린 김태군에 타격 성적에서 앞선다. 이지영은 양의지보다 2경기 많이 출전했을 뿐, 타율 2할7푼8리와 3홈런 32타점의 성적은 양의지를 앞서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골든글러브와 인연이 없었다. 양의지는 항상 골든글러브에 가까운 포수로 평가 받았지만 매년 상은 다른 선수들이 가져갔다. 첫 풀타임 시즌인 2010년에 타율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지만,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은 조인성이었다. 당시 LG 소속이던 조인성은 타율 3할1푼7리, 28홈런 107타점을 기록해 모든 포수들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이후에도 골든글러브와는 항상 엇갈렸다. 이듬해인 2011년에도 홈런은 4개로 줄었지만 타율이 3할1리로 올랐다. 하지만 강민호(롯데)가 있었다. 강민호는 이 해에 2할8푼9리, 19홈런 66타점으로 타율을 제외한 여러 부문에서 양의지에 우위를 보이며 황금장갑을 가져갔다.
이번에야말로 가장 근접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양의지는 “더 잘 해서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좋을 텐데…”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120경기 이상 하면서 지금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 같은데 부상으로 시즌을 접게 되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압도적인 타격을 보인 이재원(SK)이 기준 미달로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을 알지 못해 자신의 수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으나, 현재 황금장갑에 가장 가까운 것은 분명 양의지다.
다음 시즌 장원준이 합류하는 것은 포수인 양의지도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양의지는 “원준이 형이 오면 팀이 10승은 더 하는 것 아닌가. 4강에는 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팀이 원하는 피칭을 이끌어내는 것도 이제 절반은 양의지의 몫이다.
어느덧 베테랑이 되고 있는 양의지는 이제 팀을 위해 더 헌신하겠다는 자세도 보였다. “성격이 과묵한 편인데, 앞으로는 내가 먼저 다가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김)현수, (민)병헌이 등과 함께 선배님들을 도와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양의지는 팀 내 중간급 선수로서 팀 케미스트리에도 기여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김태형 감독 부임과 강인권 코치의 복귀 이후 양의지도 더욱 쇄신을 거듭하며 2010~2011년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그 시작은 자신의 첫 골든글러브 수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이 된다면 이는 두산에서 4년 만에 배출하는 값진 골든글러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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