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도 스토리 풍성했던 K리그, 이것이 축구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12.01 06: 05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지난달 30일은 K리그 팬들에겐 더없이 즐거운 하루였다. 반면 구단과 선수들은 90분 내내 가슴을 졸였다.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울은 환호했고, 포항은 고개를 떨궜다. 산토스(수원)와 이승기는 포효했고, 이동국과 레오나르도(이상 전북)는 아쉬움을 삼켰다.
마지막 90분 전쟁은 치열했다. 서울은 제주 원정에서 2-1 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극적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움켜쥐었다. 반면 포항은 안방에서 수원에 뼈아픈 1-2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2012년부터 3년 연속 이어오던 ACL 진출도 좌절됐다. 서울(3위)이 포항(4위, 이상 승점 58)에 골득실에서 3골 앞서며 다음 시즌 ACL 진출을 확정지었다.

숨 막히는 승부였다. 서울이 전반 19분 선제골을 내주고, 포항이 후반 3분 선제골을 넣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싱거운 스토리가 그려졌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연은 수원과 제주였다. 수원은 후반 34분 산토스와 후반 39분 정대세의 연속 골을 앞세워 포항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서울이 극적인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었다. 후반 24분 윤일록의 동점골과 후반 44분 오스마르의 짜릿한 결승골을 묶어 제주에 2-1로 역전승했다.
수원과 서울은 K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이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정정당당하고, 냉정했다. 수원이 앙숙 서울을 도와주며 잠시 화해(?)를 했다. 두 팀의 피 튀기는 역사를 고려했을 때 흥미진진한 결과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라이벌 수원이지만 오늘은 화합할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서울 원정 팬들도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을 목청껏 외쳤다.
포항은 2년 연속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1년 전과 상황은 정반대였다. 포항은 이맘때 즈음 잊지 못할 우승 스토리를 써냈다. 울산에 승점 2점 뒤져 있던 포항은 최종전서 울산을 물리치고 승점 1점 차로 각본 없는 우승 드라마를 상영했다. 1년 뒤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선제골을 넣으며 ACL에 다가섰지만 내리 2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설상가상 제주가 서울에 발목이 잡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득점왕과 도움왕도 극적으로 가려졌다. 산토스와 이동국이 마지막까지 최고의 골잡이 경합을 벌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동국과 골수가 같던 산토스는 포항전서 반드시 골이 필요했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이동국보다 출전 경기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동국에 무게가 쏠리던 후반 34분 산토스가 기어이 일을 냈다. 아크 서클 근처서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시즌 14호 골을 터트렸다. 13골의 이동국을 1골 차로 따돌린 산토스는 두 팔을 번쩍 들어 포효했다.
도움왕은 집안 싸움이었다. 전북의 조기 우승을 합작한 이승기와 레오나르도가 끝까지 각축을 벌였다. 둘은 울산과 최종전서 나란히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승기가 마지막에 웃었다. 0-1로 뒤지던 후반 21분 정확한 코너킥 크로스로 한교원의 발리 동점골을 도왔다. 도움 수는 10개로 같았지만 레오나르도보다 출전 경기 수가 적은 이승기가 극적으로 도움왕에 등극했다.
K리그가 만든 스토리는 마지막까지 풍성하고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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