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내가 촌놈인데 청담동 스타일 영화 나오겠나"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2.01 13: 10

윤제균 감독이 영화 '해운대' 이후 5년여만에 돌아온다. 제작자가 아닌 감독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감독은 (제작자와 달리)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부담스러운 것"이라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해운대'로 천만 관객을 웃고 울렸던 그가 새롭게 갖고 나온 이야기는 '아버지'다. 
'국제시장'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이 시대 아버지들에 관한 이야기.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이후 '윤제균 스타일의 영화'란 평에는 이의가 없다. 본인이 생각하는 '윤제균 스타일'에 대해 묻자 윤 감독은 "재미와 감동. 그 두 가지를 항상 갖고 가려고 한다는 것 아닐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 생각에 영화는 감독이랑 똑같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인간 윤제균이란 자체가 원래 웃음도 눈물도 많다. 감수성도 예민하고 감정의 진폭이 큰 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영화가 비슷하게 나오는 거 같다"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윤제균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한국적인 감독'이란 평에 대해서는 "좋게는 '한국적'이고, 안 좋게는 '촌스럽다'이다"라고 대답하며 허심탄회하게 웃어보였다.
이어 "그 역시도 영화는 감독이랑 똑같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내가 촌놈인데 청담동 스타일이 당연히 안 나오지 않겠나. 평생을 촌스럽게 나왔는데 상류층보다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 같다"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윤제균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결국 '윤제균 스타일의 영화'는 '사람 윤제균의 영화'였다.
'국제시장'을 하게 된 이유, 그 시작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부산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 배경이 된 '국제시장'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이국적인 풍경일 지 몰라도 그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장소였다.
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대학교 2학년 때 아버님 돌아가시고 부터이고, 영화 일을 시작하고 '두사부일체' 하면서부터 구상했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아빠가 됐을 때다. 2004년이니까 딱 10년 됐을 때다. 아빠가 돼 보니까 아버지 생각이 많이 들더라"라고 '국제시장'의 시작에 대해 말했다.
"'해운대'를 끝내고 '템플스테이'와 '국제시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국제시장'의 시나리오가 확실히 보여진 건 2012년 말이였어요. 초고는 내가 직접 쓰면 안 되겠다 싶어서 박수진 작가가 썼어요. 내 스타일이 너무나 묻어날 수 있는 것을 경계한 거죠. 그래서 작가한테 맡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 시대의식을 안 담았다는 비판, 마지막 시퀀스가 젊은 시대와 구 시대를 노골적으로 비교한 게 아니냐는 시선에는 "관객을 가르치고 싶지 않다"라는 감독으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 대조컷은 가족을 다 같이 보여주는 게 의도에요. 한 프레임 안에 할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같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장면을 사실 에필로그 없이 영화의 엔딩으로 가고 싶었다. 부모 세대를 이해 못하는 젊은 세대를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니에요. 관객을 가르치려고 한 게 아니라, 이건 단지 감독의 마음입니다. 나 역시 20대 때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잔소리가 듣기 싫었고, 소위 '꼰대'가 이야기하는 것 같은, 그 자체가 싫었어요. 하지만 아버지를 이해할 때 쯤에는 아버지가 안 계시더라고요."
이처럼 '국제시장'은 윤제균이라는 사람이자 감독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출발한 영화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 개인의 생각이 많이 담긴 식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기획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누군가에게 뭘 가르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걸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만든 영화. 그는 또 "영화를 시대 비판이나 의식 같은 데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렇게 안 찍었을 것"이라고 '국제시장'의 장르와 성격에 대해 설명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을 못한 게 한이 되고, 막상 자식을 낳아보니 평생을 가족, 아내와 자식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아버지를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픈 거예요. 그렇게 출발했기 때문에 '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고생하신 내 아버지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라고 편하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장영남, 정진영, 정윤호 등이 출연한다. 12세 관람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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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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