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그렇다. 함께 뛰다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팀을 떠나게될지 알 수 없다. 하루아침에 트레이드가 될 수도 있고, FA 자격을 얻어 좋은 대우를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을 수도 있다.
작별의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지바롯데 마린스 에이스였던 나루세 요시히사는 이번에 3년 총액 6억 엔(약 56억 원)을 받고 야쿠르트 스월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2006년 데뷔한 나루세는 7시즌 통산 75승 51패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하며 지바롯데 마운드를 지켰다.
평소 소속팀에 애정을 숨기지 않던 나루세였기에 팬들은 잔류를 의심하지 않았지만 올해 협상에서 이상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구단에서는 나루세에게 '꼭 잡고싶지만 시장에 나가서 가치를 평가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고, 나루세는 줄어가는 관중을 생각해 "구단 개혁의 의지를 보여줘야 잔류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나루세는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게 됐다. 구단을 떠나기로 결정된 뒤에도 나루세는 팬미팅에 참석,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팬들은 팀을 떠나는 에이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FA 협상 과정에서 '팬들을 먼저 생각하라'는 나루세의 발언, 그리고 팬미팅에까지 참석하는 진정성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아름다운 작별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롯데에서 3년 동안 백업포수로 활약했던 용덕한은 지난 달 28일 발표된 kt 특별지명 선수로 지목돼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마침 그 날은 통영에서 롯데 선수단 전체 납회식이 있었다. 명단 발표는 오전 11시 정도에 이뤄졌는데, 통영행 버스는 오전 9시에 출발했다. 자신이 kt로 갈 수도 있다는 언질을 미리 받았던 용덕한이었지만 주저하지 않고 버스를 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납회식 시작에 앞서 용덕한은 자신이 지명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도 용덕한은 구단에 끝까지 남아서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동료들도 떠나는 그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투수 이명우는 "(한 살 형인데도) 정말 친하게 지냈다. 이제 못 놀려서 너무 아쉬우니 지금이라도 놀려야겠다"고 용덕한 곁을 떠날 줄 몰랐다.
용덕한은 이튿날 29일 오전 납회식까지 참석했다. 28일 일정이야 동료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즐기면 되는 것이었지만 29일은 롯데의 한 해를 마감하는 공식 일정이었다. 이종운 감독은 끝까지 자리를 지킨 용덕한을 앞으로 불러 동료들에게 인사를 할 기회를 줬고, 모두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끝까지 롯데 구단 점퍼를 입고 시간을 보낸 용덕한을 두고 이윤원 단장은 "나루세가 팬미팅에서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봤다. 참 부러웠는데 우리도 용덕한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솔직히 난 용덕한이라는 선수를 자세히 알 시간도 없었다. 저런 좋은 선수가 떠나 무척 아쉽지만 작별인사를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롯데는 또 한 명의 정든 선수와 작별했다. 바로 좌완투수 쉐인 유먼이다. 용덕한과 마찬가지로 2012년부터 롯데에 3년 동안 머물렀다. 첫 해에는 '유먼진'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무릎부상 때문에 매년 성적이 떨어졌다. 올해는 12승 10패 평균자책점 5.93에 그쳤다. 롯데에서의 3년 통산 성적은 38승 21패 평균자책점 3.89로 롯데 외국인투수 역사상 최다승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내년에는 정말 자신있다. 부산은 내게 자존심을 되찾아준 곳"이라며 재계약을 누구보다 원했던 유먼이지만 정으로만 통하는 게 야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먼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3년 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어서 행복했다. 동료들과 팬, 그리고 부산이 그리울 것"이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유먼의 말이 단순한 립서비스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평소 행동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유먼은 외국인선수답지 않은 융화력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선배 대접까지 받았다. 팬들에게는 항상 따뜻한 미소로 사인을 해준 선수였고, 기회가 날 때마다 부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가볍게 인사만 하고 떠나는 선수, 쌓인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아픈 작별을 하는 선수, 또는 이처럼 진한 인상을 남기고 떠나는 선수도 있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고 했던가, 용덕한은 롯데와 아름답게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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