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 말을 잘 안하는데, 올시즌은 많이 미안해요."
김주영(26, 서울)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선배이자 팀 동료 차두리와 함께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모습을 드러낸 김주영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쓴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김주영의 어두운 표정은 의외였다. 그의 소속팀 FC서울은 하루 전인 30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최종전에서 극적인 2-1 승리를 거두고, 같은날 수원에 패한 포항을 제치고 내년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지난 37라운드 포항전 무승부 이후 희미해졌던 ACL 진출의 희망이 불씨를 살린 셈이다.

그러나 김주영은 기쁨을 묻는 취재진에게 고개를 내저었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포항이 2-0으로 이기고 있다고 들었다. 잘못 전달된 정보였다. 하지만 선수들끼리 오늘 경기만 이기자고 다짐하고 나섰다"고 당시 분위기를 떠올린 김주영은 승리와 ACL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확정된 후 '난리 났겠다'는 물음에 쓴웃음을 지었다.
"FA컵 때문에 기분이 썩 좋아지지는 않았다." 김주영의 대답이었다. 일주일 전 당한 FA컵 성남전 패배가 깊은 후유증을 남긴 듯한 모습이었다. "나 혼자 그랬던 것 같다. ACL에 나가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어디까지나 플레이오프 아닌가" 그렇게 덧붙인 김주영은 "만약 포항이 수원을 이겼는데 우리가 비겼으면 두고두고 놀림받을 위기였다. 감독님은 별 말 없이 '이기고 기다리자'고 하셨다"며 끝까지 기대를 버리지 못한 마음을 되짚었다.
어쨌든 결과는 서울의 손을 들어줬다. 개인상에는 욕심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던 김주영도 결국 이날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 수비수 부문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스리백으로 전환하고, 주전 선수들의 공백 속에서도 FA컵 준우승과 ACL 4강, 정규 리그 3위라는 성적을 기록한 서울의 대들보 수비수로서 활약을 인정받아 대표팀에 승선하기도 했다.
김주영은 "올해가 가장 많이 배운 해인 것 같다. 결과를 많이 가져왔던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이 배운 해가 아닌가 싶다. 실패가 아쉬움을 남기다보니 많이 돌아보게 된다"며 시즌의 끝에서 올해를 돌이켰다. 그런 그의 밝지 않은 얼굴에 질문을 하나 던졌다. 김주영의 2014년을 단 한 마디로 정의해본다면. 김주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안함'이라는 답을 내놨다.
"원래 이런 말을 잘 안하는데, 올시즌은 많이 미안하다. 할 만큼 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선수들은 후회가 없다. 하지만 보는 팬분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김주영은 "올해 팀이 기복이 심했다. 성적도, 경기력도 만족을 못하셨을텐데 계속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더 준비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는 책임감이 있다. 팬들을 위해 내년에 더 열심히 준비해 안정적으로 시즌을 운영하도록 하겠다"며 팬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미안함을 전했다. 무뚝뚝한 김주영의 고마움과 미안함은 아마 이미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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