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겨울 행보는 비교적 순탄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기 위해 스퍼트를 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SK가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트래비스 밴와트(28)의 재계약, 그리고 수준급 선수 두 명을 영입하는 것이 목표다.
SK는 이번 FA 시장에서 승자로 평가된다. FA 최대어였던 최정에 역대 최고액(4년 86억 원)을 제시하며 잔류를 성사시킨 데 이어 핵심 외야수들인 김강민(4년 56억 원) 조동화(4년 22억 원)을 차례로 잡으며 유유히 FA 시장을 떠났다. 비록 주전 2루수였던 나주환과 후반기 필승조에서 쏠쏠한 몫을 했던 이재영을 놓치기는 했지만 SK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만한 이번 FA 시장이었다. 현장에서도 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kt의 20인 보호선수 외 1명 지명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투수 쪽에 다소간 비중을 둔 보호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아무래도 야수 쪽에서 자원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kt가 김상현을 지명했다. 지난해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영입한 김상현도 물론 아쉬움이 있는 선수다. 그러나 SK에서는 그렇게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FA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출혈이 적었다는 것이 야구계의 평가다.

이처럼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주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SK의 시선은 이제 외국인 선수로 향한다. SK는 올해 외국인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막판 대분전에도 불구하고 4강에 가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루크 스캇은 부상과 항명으로 퇴출, 조조 레이예스는 부진으로 퇴출, 그리고 로스 울프는 아들의 병환으로 미국행을 선택했다.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밴와트까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시즌 최종전에 SK는 단 한 명의 외국인 선수도 엔트리에 올려두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실패를 만회해야 내년 전망도 밝아질 수 있다.
첫 단추는 밴와트다. 레이예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밴와트는 올해 11경기에서 9승1패 평균자책점 3.11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SK가 막판까지 4강 싸움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비록 시즌 막판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전열에서 빠졌지만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다. 관리를 잘하면 내년에는 다시 정상적으로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도 최근 발표한 보류선수 명단에 밴와트를 포함시키며 재계약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직 최종적인 발표가 나지는 않았으나 구단에서는 은근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밴와트가 납득할 만한 충분한 대우를 할 생각이며 밴와트도 SK에 남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 및 미국 등 ‘타지의 압력’이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도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현재 재계약 논의 중에 있으며 세부 조건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서는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머지 외국인 선수 두 명은 FA 시즌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실상 포지션의 윤곽은 가려졌다. 에이스 몫을 했던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선발진 한 자리가 텅 빈 SK는 외국인 투수로 김광현의 빈자리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왼손 투수를 우선적으로 살펴 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1군 투수코치이자 시즌 막판 외국인 스카우트를 위해 한 달간 출장을 가기도 했던 김상진 투수코치를 중심으로 옥석을 가리고 있다. 인성까지 세밀하게 파악한 자료가 이미 내부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타자는 외야수로 선발할 예정이다. 김용희 감독은 가고시마 마무리훈련 당시 “최정을 잡는다는 가정이라면 외야수로 뽑을 생각이다. 지명타자만 되는 선수는 곤란하다. 수비도 되는 외야수를 뽑을 것”이라고 구상을 드러냈다. 김강민이 잔류함에 따라 중심타선에 포진할 수 있는 코너 외야수 수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김강민을 못 잡았다면 무조건 중견수로 뽑아야했겠지만 잔류시킴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라고 FA 효과를 반겼다.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계획이지만 발표 시기가 아주 늦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9일부터 열리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상황을 지켜본 뒤 외국인 선택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의 명단은 정리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그 선수들의 계약 여부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할 공산이 크다. FA 시장에서 많은 돈을 써 외국인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좋은 선수를 영입할 만한 실탄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올해 실패를 만회하며 내년 밑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