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토론을 보면서도 감동과 힐링을 받는다.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그랬다. ‘비정상회담’의 가장 큰 매력은 서로 나른 나라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이 각자의 문화와 배경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생각 및 주장들을 외부 의견에 굽히지 않고 논리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실제 말다툼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불꽃이 튀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문화에 대해 더 큰 이해와 포용력이 생긴다.
지난 1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차별을 주제로 토론이 한마당 펼쳐졌다.
발단이 된 것은 직장 내 성차별을 겪고 있는 한 여성의 사연. 타쿠야가 부재한 가운데 일일 호주 대표로 참석한 블레어 리차드 윌리엄스를 포함 G10은 각기 성차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며 뜨거운 토론을 이어갔다.

직장 내에서 여성이란 이유로 진급에서 늦는다면, 그걸 회사에 남아 싸워 이겨내야 하는지 혹 10년간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견이 갈렸다. 또 여성과 남성의 더치페이 문제에 대해 사유리가 “평등을 원한다면 여성도 밥을 사야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고, 블레어는 “(직원을 뽑을 때) 여자들한테 ‘결혼 할 거예요?’, ‘아이 몇 명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호주에서는 불법이다. 그건 차별이다. 고소를 당할 수 있다”고 말해 나라마다 사뭇 다른 성차별 지수를 실감하게 했다.
G10을 더 열띤 토론으로 몰아갔던 건 인종차별이란 주제였다. 백인과 흑인을 차별했던 과거가 있는 미국 대표 타일러는 “(인종차별은) 여전히 큰 문제다”며 흑인에 대한 차별로 인해 대통령이 된 후에도 하와이에서 출생한 자신의 출생증명서를 제시해야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G10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인종에 대한 차별은 존재했다. 흑인인 샘 오취리는 인종 차별에 대해 “어렸을 때 가나에서 그렇게 배웠다. '하얀 건 좋다. 까만 건 나쁘다.' 식민지 시절 백인들을 신처럼 대했기 때문에 가나에서도 사람들끼리 피부 하얀 사람을 선호한다“며 ”한국에서도 방송을 하는데 맨 앞에는 백인이 서고, 배경에는 흑인이 선다. 흑인 친구들이 메시지를 보낸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흑인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한국에 오기 겁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국에서의 차별을 두려워하는 흑인 친구들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그는 "동대문에 갔다. 친구랑 지나가는데 친구가 그거 보고 막 울었다. 한국에서 흑인 사진이 걸리는 걸 예상도 못했는데 감동을 받아서 울었다"며 자신의 광고가 동대문 의류매장 외벽에 크게 걸려있는 것을 보고 흑인 친구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 뭉클함을 줬다.
독일 다니엘과 일일 호주 대표 블레어는 각기 자신의 나라에서 있었던, 다소 부끄러울 수 있는 인종차별의 역사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블레어는 백호주의를 묻는 질문에 대해 “완전 나쁜 거였다. 처음 아시아 인종의 이민을 엄격히 제안하면서 있었던 건데 지금은 당연히 없다 . 법으로 70년대에 폐지했다”고 말했다.
또 다니엘은 “히틀러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 거 같은데 가끔 히틀러가 멋있는 사람이었다는 사람이 있다. 그런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며 “택시 타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히 독일 사람으로서 내리고 싶다. 독일에서 그런 말을 하면 잡혀간다. 히틀러는 정말 악마였으니까"라며 무지에서 비롯된 히틀러에 대한 일부 왜곡된 시선을 비판했다.
알베르토 역시 현재 이탈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해 언급하며 “이탈리아 사람들도 인종차별이 심하다. 동유럽이나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건데. 사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엄청나게 이민을 많이 갔다. 우리도 가고 차별을 당하고 했는데, 그런데 우리도 똑같이 하고 있다”며 인종차별의 일화를 언급, “이런 걸 보면 너무 진짜 바보 같은 짓이다”라고 평가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G10의 단호한 이야기를 듣고 성시경은 “G11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면 좋은 게 항상 터부시하는 것, ‘그건 큰 일 날 거다.’ 이런 게 뼛속까지 박혀있는 게 부럽다. 특히 독일이 역사 얘기를 할 때나 타일러가 어떤 얘기를 해줄 때 아 저렇게 생각하게 되는 걸 배워야 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며 역사의식을 가진 외국 친구들의 생각에 대한 감동을 표했다.
차별을 비롯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나라가 저지른 혹은 저지르고 있는 과오를 냉정하게 비판하고 반성하는 인식을 가진 외국인들의 모습은 반성과 가르침을 줬다. 이들의 모습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배경을 가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를 하는 것이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만들었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잘못했다는 말을 듣고 감동적이었다. 이 프로그램 이전에는 마음을 닫았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이런 느낌이 있었다. 마음이 점점 열리고 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위안의 모습이 공감을 줄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한편 이날 '비정상회담' G11은 차별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게스트로는 바비킴, 사유리가 출연했다.
eujenej@osen.co.kr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