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
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종민(40) 대한항공 감독은 살짝 웃어보였다. 2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총평을 부탁하는 질문이었다. 대개 이런 경우 보완점을 늘어놓으며 “긴장해야 한다”라는 답변이 많지만 김 감독의 어투에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의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히든카드’ 김학민(31)이다.
대한항공은 1일 현재 12경기에서 7승5패(승점 22점)를 기록, 삼성화재(27점), OK저축은행(22점)에 이어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아주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는 성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처지는 성적도 아니다. 오히려 초반 몇몇 악재들을 이겨낸 성과라 더 값지다. 김형우의 부상, 신영수 곽승석 등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로 고전했지만 끈질기게 버티며 2라운드를 3위로 마감했다. 소기의 성과라고 할 만하다.

1일 삼성화재전에서 패하기 전까지는 3연승을 달리고 올라오는 흐름을 타고 있었다. 경기 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대한항공의 리듬이 좋아 보인다”라며 경계했을 정도다. 이런 상승세에 대해 김 감독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신영수의 컨디션이 올라왔다. 3~4경기 정도는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우리카드전부터 좋아졌다. 곽승석도 페이스를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돌려 말하면 현재 선수들이 부상 없이 싸운다면 이 정도 경기력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기도 하다.
여기에 천군만마도 대기하고 있다. 바로 2006년 대한항공에 입단해 군 입대 전까지 팀의 한쪽 날개를 책임졌던 김학민의 가세다. 김학민은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입대, 상근예비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김학민이 제대하는 날은 내년 1월 8일. 국군체육부대에 간 선수가 아니라 적응에 다소 애를 먹을 수는 있지만 김 감독은 “바로 들어올 수 있다. 등록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꾸준하게 운동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저녁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복귀를 향한 준비를 해왔다. 여건상 팀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하기는 어렵지만 웨이트트레이닝 등 사전 준비는 거의 마쳤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실전 감각을 찾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것 정도가 남은 일이다. 차츰 출전 시간을 늘려가다보면 시즌 막판에는 비장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이 있다.
김학민이 가세하면 대한항공의 날개 공격은 리그 최고의 옵션을 보유하게 된다. 정상급 외국인 선수인 산체스, 그리고 토종 거포인 신영수와 김학민, 아기자기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곽승석까지 라인업에 빈틈이 사라진다. 산체스를 라이트에 두고, 나머지 세 선수를 돌아가면서 활용할 수도 있다. 전위에는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좋은 선수를 투입하고 후위에는 곽승석이 들어가는 로테이션도 가능해진다. 김학민은 원래 라이트 포지션의 선수지만 외국인 선수 본격 도입 이후 레프트도 뛰어봐 이 자리가 낯설지 않다.
관건은 세터다. 이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노련한 ‘기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선수가 입대한 뒤 세터 전력이 많이 약해져 애를 먹고 있는 대한항공이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김 감독은 희망을 걸었다. 김 감독은 “세터도 좋아질 것이다. 최근 황승빈을 주전으로 넣고 있는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어쨌든 마무리는 강민웅이 한다”라면서 두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한 세터진 운영을 예고했다. 만약 대한항공이 김 감독의 구상대로 시즌을 치러갈 수 있다면 고공비행은 계속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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