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에 또 하나의 대형 신인이 떴다. 요새는 ‘언니’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 인기스타가 됐다. 이재영(18·178㎝)이 그 주인공이다. 실력도, 성품도 확실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언니들의 숨은 공로가 있다. 자라나는 새싹이 쑥쑥 커 갈 수 있도록 부지런히 거름을 주고 있다. 자신감을 찾게 하려는 배려 프로젝트다.
선명여고를 졸업하고 올해 드래프트 1차 1라운드로 흥국생명에 지명된 이재영은 당찬 활약으로 소위 말하는 ‘핫’한 선수가 됐다. 단순히 기록만 봐도 이재영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함이 드러난다. 신인임에도 주전 한 자리를 꿰찬 이재영은 1일까지 7경기를 치른 현재 104득점을 올려 전체 7위에 올라있다. 공격 성공률은 더 ‘핫’하다. 44.15%로 전체 3위다. 대형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처음부터 이런 활약을 보여줄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대성할 만한 재목이라는 게 배구 관계자들의 평가다. 힘을 실어 공격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추고 있다. 최근 토종 거포의 씨가 말라가고 있는 여자프로배구에서는 최고의 축복이다. 끼도 있다. 한 번 실수에 주눅이 들지 않는다. 범실을 하더라도 새로운 기분으로 다음 공격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은 공격수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이자 기복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흐뭇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박 감독은 이재영에 대해 “타고 난 기질이 있다”라고 말한다. 기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재질에 주목한다. 바로 성품이다. 박 감독은 “실수를 하더라도 그 다음에 만회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승부사로서의 재능이 있다는 의미다. 여자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이 등장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재영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일. 사실 어이없는 실수를 하면 동료들의 눈치가 많이 보이는 게 팀 스포츠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선수라면 더 그렇다. 하늘과 같은 언니들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흥국생명의 팀 분위기는 주목할 만한 구석이 있다. 선배들이 항상 격려하며 이재영의 떨어뜨린 고개를 바로 잡고 있다. 이재영이 좀 더 자신감있게 프로무대에 부딪힐 수 있는 배경이다.
박 감독은 “기복이 없을 수는 없다”라고 단언하면서도 “그냥 편하게 마음 놓고 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다. 나도 그렇고 선배들도 그런 편이다”라고 했다. 아직은 선배들이 어려워 말조차 조심스러운 이재영도 “언니들과 말을 많이 한다. 특히 (김)혜선 언니, (조)송화 언니와 말을 많이 한다. 송화 언니랑은 (세터라) 토스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혜선 언니는 리시브를 자신감 있게 하라고 조언해주시는 편”이라면서 “언니들이 눈치보지 말고 자신 있게 때려보라고 한다”고 고마워했다.
당찬 이재영도 고민은 있다. 바로 리시브다. 기본기는 있는 편이지만 고교 시절 받아봤던 서브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신인급 선수들이 항상 거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올 시즌 103개의 리시브 정확을 기록해 이 부문 상위권에 있기는 하지만 성공률은 33.19%로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이재영도 “리시브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수줍어했다.
하지만 이도 흥국생명의 배려 프로젝트라면 점차 해결될 것 같다. 이재영은 “리시브 때문에 고민을 하면 언니들이 ‘괜찮아, 자신 없으면 그냥 가운데로만 올려. 우리가 처리할게’라고 말씀해주신다”라고 팀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리시브는 1등이 아니라 아예 흔들림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 되고 싶다”라고 당찬 각오를 되새겼다. 감독, 그리고 선배들의 배려 속에 프로배구의 한 시대를 풍미할 재목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