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이 ‘차별’을 토론주제로 꺼내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한 주제였다.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던 G10은 더 나아가 인종차별에 대해 토론했다. 각국의 외국인들이 모인 만큼 한 번쯤은 다룰만한 주제였다. 그러나 전세계 인종이 모였기 때문에 쉽게 건드릴만한 주제는 아님은 분명했다.
최근 ‘비정상회담’은 기미가요로 큰 곤욕을 치렀고 일부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며 시청률도 하락했었다. 그러나 ‘비정상회담’은 논란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비정상회담’만의 방식으로 신뢰회복에 나섰다.
그리고 그 방법이 일정 부분 통했다. 지난 1일 방송에서 ‘차별’, 나아가 ‘인종차별’은 누가 봐도 민감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과감하게 주제로 채택해 토론했다. 시청률은 4.417%(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방송이 기록한 3.990%에 비해 0.427%P 상승했다.

4%대를 기록하던 ‘비정상회담’이 기미가요 논란 후 3%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지만 ‘차별’을 주제로 다룬 이날 방송은 다시 4%대로 회복했다. 수치로 봤을 때 신뢰를 논란 이전보다는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는 결과였다.
차별에 대한 토론에서 ‘비정상회담’은 프로그램만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며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면서 진정성 있는 토론,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모습은 큰 감동을 자아냈다.
남과 여, 백인과 흑인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차별에 대해 솔직하고 의미 있게 다룸으로써 시청자들이 차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비정상회담’에 대한 신뢰도도 끌어 올렸다.
이날 방송에서 G10의 이야기는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가나 대표 샘 오취리는 “어렸을 때 가나에서 그렇게 배웠다. ‘하얀 건 좋다. 까만 건 나쁘다’. 식민지 시절 백인들을 신처럼 대했기 때문에 가나에서도 사람들끼리 피부 하얀 사람을 선호한다”며 “한국에서도 방송을 하는데 맨 앞에는 백인이 서고, 배경에는 흑인이 선다. 흑인 친구들이 메시지를 보낸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흑인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한국에 오기 겁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였고 샘의 친구가 동대문에 크게 걸려있는 샘의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연은 우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했다.
또한 독일 대표 다니엘이 한국인 중 몇몇이 히틀러를 멋있다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독일에서는 그런 말을 하면 잡혀간다. 히틀러는 정말 악마였으니까”라며 무지에서 비롯된 히틀러에 대한 일부 왜곡된 시선을 비판했다.
‘차별’토론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었다. 그저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닌 우리 마음 속 깊이 담아야 할 내용이었다. “G11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좋은 게 항상 터부시하는 것, ‘그건 큰 일 날 거다’ 이런 게 뼛속까지 박혀있는 게 부럽다”고 한 성시경의 말이 큰 공감을 자아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레슨이었다. 생각을 다시 다져볼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은 시청자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이번처럼 참신하고 진정성 있는 토론으로 차근히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비정상회담’. 앞으로도 지금처럼 재미와 감동, 의미 있는 토론을 선사한다면 위기를 벗어나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건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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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비정상회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