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 금융비용 7% 폐지 뭘 의미하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2.02 14: 11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국내 투자배급사 1위 기업 CJ엔터테인먼트가 그동안 제작사에 부과하던 투자 금융비용 7%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아직 어느 영화부터 새로운 매뉴얼을 적용할지 내부 논의 중이지만, 영화 생태계를 해치는 대표 악습 중 하나이던 금융비용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많은 제작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금융비용이란 CJ가 투자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연 7%의 이자율을 적용해 제작사에 별도로 부과해온 일종의 투자 수수료다. 예를 들어 CJ가 100억짜리 영화에 투자할 경우 흥행과 무관하게 제작사에 약 7억원의 금융비용을 별도로 매겨 회수하는 식이다. 계산 방식은 매우 복잡한데 대략 출금일부터 개봉일까지 들어간 모든 투자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간 여러 부작용이 빚어져 제작사들의 골머리를 썩여왔다.

 
특히 블록버스터 급인 ‘명량’이나 ‘국제시장’처럼 후반작업 기간이 1년 이상 소요되는 영화는 금융비용만 10억원이 훌쩍 넘어 제작사의 허리를 휘게 했다. 이자율이 적용되는 기간이 개봉일까지인데 말만 협의일 뿐 사실상 투자배급사가 모든 개봉일을 조정하는 탓에 협상력 없는 영화사는 꼼짝없이 개봉일까지 7% 이자를 꼬박꼬박 물어야 했던 것이다.
 
이자의 속성이 밤에도 일을 하기 때문에 영화를 다 찍어놓고 개봉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영화의 경우 날마다 CJ에 내야 하는 금융비용이 불어나게 된다는 것 역시 문제였다. ‘순수의 시대’ ‘소수의견’ ‘은밀한 유혹’ ‘베테랑’ 등이 이에 속한다.
 
CJ의 금융비용이 업계에서 원성의 대상이 된 건 유독 이 회사만 이런 독특한 투자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동종업계 롯데나 쇼박스, NEW는 창립 이래 이런 금융비용을 적용하거나 도입을 검토한 적이 전무하다. CJ만 유일하게 금융비용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제작사에 부담을 가중시켜온 것이다.
 
이 같은 금융비용은 한때 예금 금리가 10%가 넘던 IMF 직후 창투사 자금이 영화에 유입되면서 생겼다. 가만히 돈을 은행에 맡겨도 10%가 넘는 고리를 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라 영화에 투자하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명목으로 금융비용이란 용어가 만들어졌다. 할리우드에서는 일찌감치 각종 영화 펀드에 금융비용 항목이 존재했다.
 
적극적으로 할리우드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한 CJ가 창립 초기 금융비용을 비롯해 투자 심사 과정인 GLC, 후반작업 업체 인수와 유통망 구축 등을 통해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시도했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금융비용이 지적사항으로 거론됐고 CJ가 이를 수용하게 된 것이다.
 
영화계는 금융비용 7% 폐지 소식에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른 투자사와 일할 때는 전혀 내지 않아도 될 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떼였는데 잘못된 관행이 이제나마 손질된다는 점에서 반색하고 있다. 한 제작자는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과거 보다 정산 방식이 투명해진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광고 마케팅 비용 등은 100% 납득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그나마 CJ가 금융비용을 없앤다니 제작사들의 숨통이 다소 트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CJ의 금융비용은 영화사 뿐 아니라 CJ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끼쳐왔다. 손익분기점을 넘겨 러닝개런티나 흥행 보너스를 받기로 했지만 개봉 후 불분명한 마케팅 비용과 금융비용이 합산되면서 이를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었기 때문이다. ‘공범’의 손예진을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정산 과정에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CJ를 원망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CJ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스태프 처우 개선을 위한 표준계약서를 100% 이행하는데 이어 금융비용까지 없앤다고 하자 이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중인 오너 때문에 애써 모범을 보이고 국가 정책에 앞장선다는 의견이다. 이유가 뭐가 됐든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고친다는 건 용기와 자성이 필요한 일일 텐데 CJ가 뒤늦게라도 상생 의지를 보인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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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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