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드라마의 한계가 역력히 드러났다.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이 올랐던 KBS 2TV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극본 신재원 박필주, 연출 한상우 이정미)가 한국식 각색에 실패하며 부진한 시청률 속에 씁쓸하게 퇴장했다.
지난 2일 방송된 '내일도 칸타빌레' 최종회는 차유진(주원 분)과 설내일(심은경 분), 이윤후(박보검 분)를 필두로 한 걸음씩 성장한 한음 음대 오케스트라단의 모습을 담으며 막을 내렸다.
유진은 내일 덕분에 어릴 적 사고로 비행기를 타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내일은 강압적인 교육 탓에 발발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콩쿠르를 휩쓸었다. 서로의 응원과 음악을 통해 성장한 두 사람은 함께 유학길에 오르며 행복한 미래를 약속했다.

왼손의 극심한 염증으로 첼로를 포기했던 윤후는 내일이 덕분에 지휘자로 새 인생을 시작했고, 한음 음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라이징스타 프로 오케스트라로 활동을 예고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한 ‘내일도 칸타빌레’는 당초 클래식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열정을 불태우는 열혈 청춘들의 사랑과 빛나는 성장 스토리를 담을 계획이었다. 제작진은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이윤후라는 가상 캐릭터를 추가, 한국식 각색과 연출에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독이 됐다. 우려했던 바가 그대로 재현됐다. 드라마 전개가 계속될수록 음악에 고뇌하는 청춘들의 성장보다는 삼각관계를 바탕으로 한 한국식 로맨스에 이야기가 집중된 것.
결국 ‘내일도 칸타빌레’는 연주보다는 연애하는 모습이 더욱 자주 등장하며 기승전 로맨스로 귀결, 얼마전 종영한 케이블 채널 ‘라이어 게임’과 극과 극 평가를 받았다. 만화적 상상력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드라마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고 퇴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재발견은 절반의 성공으로 꼽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배우 주원은 까칠하면서도 로맨틱한 캐릭터를 빈틈없이 연기해 여심을 흔들었다. 특히 주원은 냉철함 속에 따뜻함과 아픔이 있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원작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마키 히로시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산, 연기력에 이견 없는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반면 고경표는 괴짜 자뻑남 유일락으로 분해 웃음을 선사, 개성 넘치는 연기력을 유감없이 펼쳤다. 고경표는 생동감 넘치는 표정연기를 바탕으로, 짝사랑에 빠져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능청스럽게 연기해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이윤후 역의 박보검은 귀여운 외모와 해맑은 미소, 다정다감한 말투로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덕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중고 신인 박보검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며 드라마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한편 2일 종영된 ‘내일도 칸타빌레’ 후속으로는 지창욱, 박민영, 유지태 주연의 '힐러'(극본 송지나, 연출 이종섭)가 방송된다.
‘내일도 칸타빌레’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