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에는 장원준을 데려오지 못한 게 잘 됐다고 느낄 것이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지난 2일 선발투수 육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영입후보였던 좌완 선발투수 장원준을 잡지는 못했지만, 신예선수들을 키워 선발투수 두 자리를 메워보겠다고 했다.
스토브리그 FA 최대어로 꼽혔던 장원준은 지난 11월 29일 두산과 4년 84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LG는 잠실라이벌 두산을 상대로 장원준과 마주하게 됐다.

먼저 양 감독은 장원준을 영입하지 못한 것을 두고 “장원준이 정말로 탐이 나긴 했었다. 나를 잘 아는 선수인 만큼, 팀에 융화되는 것도 빨랐을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나를 아는 선수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며 “하지만 괜찮다. 잡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우리 투수들 모두 선발투수 두 자리가 비었다는 것을 안다. 그만큼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웃었다.
장원준은 롯데에서 양 감독의 지도를 통해 성장했다. 2004시즌 당시 고졸 신인이었던 장원준은 2005시즌까지 양 감독을 통해 꾸준히 기회를 받으며 1군 마운드를 밟았다. 첫 2년 동안 각각 평균자책점 5.63, 5.11로 부진했으나 2006시즌 29경기 179⅔이닝 7승 12패 평균자책점 3.61로 롯데의 중심이 됐다. 이후 장원준은 2008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2년의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 8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을 기록했다.
현재 LG에는 좌완 선발투수가 없다. 류제국의 무릎수술과 신정락의 군입대로 선발진 두 자리가 빈 것까지 염두에 두면, 장원준은 최고의 지원군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LG는 폭등한 FA 몸값에 휘둘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전구단 우선협상기간 중 롯데가 장원준에게 최대 88억원까지 제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원준 영입이 쉽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실제로 LG는 장원준과 협상테이블을 차리지도 않았고, 장원준은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그 사이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에서 맹훈련을 마친 젊은 투수들이 귀국했다.
양 감독은 앞으로 선발투수로 올라설 투수들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고치에 가지는 못했으나, 녹화된 비디오를 통해 어린 투수들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확인했다. 임지섭 장진용 신동훈 유경국 김지용 등이 오는 스프링캠프에서 선발투수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다. 이들 모두 많이 좋아졌다. 특히 지섭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답했다.
2014시즌 신인 좌투수 임지섭은 지난 5월 양 감독 부임과 동시에 본격적인 육성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실전 등판 없이 ‘0’부터 시작, 제구력 향상을 위해 투구폼을 수정했다. 8월까지만 해도 140km 후반대였던 최고구속이 140km 초반으로 떨어졌었다. 그런데 10월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147, 148km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차명석 수석코치는 내년에는 임지섭이 150km 이상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군 에이스 장진용은 안정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가 장점. 신동훈 유경국 김지용 모두 경험은 적으나 2군에서 꾸준히 등판하며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특히 신동훈은 2014시즌 1군 경기에 5번 등판, 1승 0패 평균자책점 3.48로 잠재력을 증명했다.
양 감독은 “5년 후에는 장원준을 데려오지 못한 게 잘 됐다고 느낄 것이다”며 롯데에서 했던 것처럼, LG에서도 특급 선발투수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화위복을 바라보는 양 감독의 진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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