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TV]‘칸타빌레’가 남긴 딜레마, 원작팬이냐 대중성이냐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2.03 10: 59

여전히 딜레마는 남아있다. 원작 팬들의 요구에 맞춰 원작과 비슷한 그림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가는 게 옳은 것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한국 드라마 팬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해야 하는 것인지,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극본 박필주, 신재원 연출 한상우, 이정미)는 애매한 결과를 낳았다.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한 한국판 ‘내일도 칸타빌레’는 지난 2일 오후 종영했다. 한국판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리고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관심을 받았던 드라마 치고는 비교적 조용한 마무리였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클래식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열정을 불태우는 열혈 청춘들의 사랑과 빛나는 성장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 했으며, 이미 일본에서는 같은 만화로 제작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모았다.

‘내일도 칸타빌레’에 걸림돌이 된 것은 바로 이 드라마였다. 일본에서 제작된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자국의 만화인 만큼 만화 속 정서를 완벽하게 살려내 만화를 뛰어넘는, 대중적인 사랑을 두루 받았다. 주연을 맡은 배우 우에노 주리와 타마키 히로시는 만화 속 주인공 노다메와 치아키의 실사 인물 정도로 여겨졌고, 그 인기를 힘입어 이들을 주인공으로 두 편의 영화가 더 제작됐다.
인기는 일본에서만으로 멈추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일드’(일본 드라마) 팬들이 ‘노다메 칸타빌레’를 시청했고, 굳이 ‘일드’ 팬이 아니더라도 많은 한국 시청자들이 입소문을 타고 이 드라마를 직·간접적으로 접했다.
‘내일도 칸타빌레’의 제작 사실이 알려졌을 때 국내 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것은 이 배경 때문이다. 이미 예비시청자들 중 많은 이들이 일본 드라마의 팬이었고, 이들의 파워는 캐스팅을 좌지우지 할 정도였다. 드라마 제작 초반, 주인공으로 떠올랐던 여러 여배우들의 출연이 불발되고 주인공 설내일에 어울릴만한 배우의 리스트가 온라인상을 떠돌아다녔다.
당시 1순위로 손꼽혔던 이는 심은경. 심은경은 당초 스케줄상의 이유로 이 드라마를 한 차례 고사했으나, 이후 영화 촬영일자가 미뤄지며 드라마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고사했던 드라마에 다시 출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심은경의 출연이 성사된 것은 심은경을 원하는 원작 팬들의 요구와 이를 따랐던 제작사와 심은경 측의 결단이었다.
캐스팅은 완벽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일단, ‘오라방’처럼 어색하고 ‘오글거리는’ 대사가 지적을 받았다.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풍부한 클래식에 대한 이해나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대본과 연출이 아쉽다는 평이었다. 그렇지만 드라마의 흐름 자체는 일본 드라마를 그대로 따라가 '영혼없이 따라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내일도 칸타빌레'는 원작팬들의 요구에 맞춰 충실하게 따라가려는 시도를 했지만, 이를 한국 정서에 맞게 변형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켰다. 완벽하다고 여겨지는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던 것도 패인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원작을 봤던 시청자들의 혹평은 거셌다. 그로 인해 8.5%로 시작한 시청률은 4%대까지 떨어졌다. 때문에 방송 중반부를 넘어갈 때즘 '내일도 칸타빌레'는 변화를 시도했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투입하고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을 강화했다. 전반적으로 한국 드라마의 기본 정서를 녹여냈다. 이후 의외의 평들이 많아졌다. '나는 보고 있다', '재밌다'는 반응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 다만 호평을 남긴 경우 '원작을 보지 못했다'는 이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원작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시작했던 이 드라마는 원작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의 힘으로 버텨왔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작과 비슷한 흐름으로 갈 경우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원작과 다르게, 한국 정서에만 맞춘다면 원작 팬들을 처음부터 잃을 수 있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유명 원작 리메이크의 위험성을 몸소 보여줬다. 어쩌면 처음부터 유명한 원작을 리메이크하지 않는 편이 나은 일일지도 모른다.
eujenej@osen.co.kr
'내일도 칸타빌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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