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 SK, 나주환-이재영 놓고 고민 시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2.04 06: 24

 친정팀의 제안을 거부하고 시장에 나갔던 두 명의 선수가 별다른 소득 없이 1주일을 마쳤다. 하지만 양자의 ‘현실’이 부딪히고 있다. 나주환(30)과 이재영(35)은 SK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SK의 현실은 또 다르다.
올 시즌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했던 나주환과 이재영은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에서 SK와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SK와 나주환은 서로가 생각하는 금액차가 꽤 컸다. SK의 제시액은 냉정했고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나주환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액수였다. 이재영의 경우는 막판까지 남아 협상에 임했으나 자신의 요구액을 굽히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SK는 마지막 협상에서 제시액을 소폭 올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재영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SK와 타결을 이뤄내지 못한 두 선수는 시장에서 부름을 기다렸다. 나주환의 경우는 2루와 유격수가 모두 가능한 자원이다. 올해 타격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군 복무 등으로 생긴 공백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나이가 많지도 않아 내년에는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내야수가 필요한 팀들이 있어 새 둥지를 찾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해 보였다. 이재영도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경험이 풍부한 우완 베테랑 불펜 요원이라는 점에서 역시 틈새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나도록 두 선수를 데려가겠다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법했던 kt가 다른 선수들에게 눈을 돌린 것이 뼈아팠다고 해석할 수 있다. kt는 박경수와 박기혁이라는 내야수를 뽑았고 우완 불펜 요원 김사율을 선택했다. 두 선수의 영역과 겹쳤다. 그 후 나주환을 영입할 만한 팀으로 뽑혔던 KIA는 FA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고 한화는 권혁 송은범 배영수라는 투수들을 택하며 마운드 정비를 우선 순위에 뒀다.
이제 이 선수들에게 놓인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SK 유턴이다. 하지만 SK도 웃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는 이번 FA 시장에서 최정(4년 86억 원) 김강민(4년 56억 원) 조동화(4년 22억 원)을 잡는 데 4년 총액 164억 원을 썼다. 삼성(173억 원)에 이어 두 번째 많은 돈을 쏟아냈다. 이 예산은 SK가 이번 FA 시장에서 쓸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SK가 내부 FA 시장이 마감된 뒤 곧바로 “외부 FA는 없다”라며 철수한 것도 성과에 만족해서라기보다는 더 이상 쓸 돈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두 선수에게 쓸 돈은 김강민 조동화 등 다른 선수에게 대신 투자됐다. SK 내부에서는 나주환의 경우는 무난하게 새로운 소속팀을 찾을 것이라 예상했고 이재영도 ‘믿는 구석’이 있다고 여겨 두 선수의 유턴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한 관계자는 “두 선수가 돌아오는 시나리오는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SK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고 매몰차게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 선수 모두 트레이드를 통해 SK에 입단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오랜 기간 팀을 위해 공헌했다. 구단의 이미지, 그리고 장기적인 선수단 분위기도 생각해야 한다. 후려치는 것도 역풍이 있을 수 있다. 적어도 선수들의 자존심은 세워줘야 한다. SK도 두 선수의 소득 없었던 2차 협상 기간을 확인한 뒤 내부적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두 선수에게 SK가 손을 내밀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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