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판 빅딜이다.
한화가 결국 FA 3명 영입에 성공했다. 타구단 협상 마감일이었던 지난 3일 FA 우완 투수 배영수(33)와 전격 계약한 것이다. 권혁과 송은범을 영입한 데 이어 FA 3명 정원을 가득 채웠다. 특히 권혁과 배영수를 차례로 영입한 것이 눈에 띈다. 두 선수는 전 소속팀이 삼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 모두 프로 데뷔 후 삼성에서만 뛰었고, 이번에 FA 계약을 통해 나란히 처음으로 이적했다.
공교롭게도 한화가 같은 팀 FA 선수를 2명이나 데려오게 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역대 FA 시장을 둘러봐도 흔치 않은 일이다. 2004년 말 삼성이 현대의 우승 멤버였던 심정수와 박진만을 각각 60억원과 39원으로 총액 99억원을 투자해 동반 영입한 게 시초였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에 무릎을 꿇었던 삼성은 이듬해 두 선수 가세와 함께 패권을 거머쥐었다. 현대의 우승 DNA가 삼성에 그대로 이식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NC가 두산에서 FA로 풀린 이종욱과 손시헌을 각각 50억원과 30억원, 총액 80억원으로 데려왔다. 내외야 전력 보강과 함께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줄 고참이 필요했다. 두산에서 누구보다 자주 가을야구를 경험한 두 선수는 NC 이적 후에도 솔선수범하는 고참의 모습을 보여줬고, 어린 후배들과 함께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화가 기대하는 효과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한화는 최근 6년 사이 무려 5번이나 최하위에 그쳤다. 2012~2014년 3년 연속 최하위에 허덕이며 팀에 패배의식이 찌들어있다. 지난해 정근우와 이용규 영입으로 야수 보강에 성공했지만 마운드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투수들이 많이 나온 올 겨울 FA 시장에서 보강이 필요했다.
그래서 영입한 게 송은범과 함께 배영수·권혁이다. 두 선수 모두 전성기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직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준의 투수들로 평가된다. 배영수는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는 꾸준함과 내구성이 있고, 권혁도 기회만 주어지면 불펜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자원이다.
무엇보다 두 투수 모두 '최강 삼성'에서 누구보다 많이 우승 경험을 해봤다. 배영수는 200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5~2006년, 2011~2014년 총 7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권혁도 엔트리에 포함돼 우승의 기쁨을 누린 게 2006년과 2011~2014년 5번이나 된다. 큰 경기 경험이 많고, 이기는 법을 안다. 이는 SK에서 김성근 감독과 3번이나 우승을 함께 한 송은범도 마찬가지. 젊은 투수들이 많지만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한화 마운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재계에서는 한화와 삼성 사이에 '빅딜'이 있었다. 지난달 26일 한화그룹이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를 2조원에 달하는 거액으로 인수한 것이다. 한화가 삼성 출신 스타 배영수와 권혁을 영입한 것도 계약 액수는 크지 않지만 '프로야구판 빅딜'이라 할 만하다. 배영수와 권혁의 '삼성 우승 DNA'가 최하위로 추락한 한화 마운드에도 심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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