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는 무슨, 이제 시작이다".
한화 김성근(72) 감독은 전혀 들뜨지 않았다. 구단에서 FA 3명을 영입하며 취임 선물을 화끈하게 선사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을 유지했다. 항상 최상의 시나리오보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김 감독의 신조는 FA 3명에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한화는 FA 시장에서 권혁·송은범·배영수 3명의 투수를 차례로 영입했다. 물론 세 선수가 현재 기준에서 특급 FA는 아니지만 팀에 도움이 될 자원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투수력이 취약한 한화에는 천군만마와 같다. 투수 살리기와 운용에 능한 김 감독이 있으니 더 든든하다.

하지만 FA 3명 영입과 함께 김 감독은 적잖은 부담도 떠안게 됐다. FA 3명으로 전력 보강이 이뤄졌으니 당장 내년 시즌부터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김 감독의 명성과 지도력에 더해 성적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졌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초연했다. "성적은 FA들이 오든 안 오든 내야 하는 것이다. 전력의 차이는 있어도 그 위치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은 같다. 성적 부담은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떻게 팀이 바뀌느냐가 문제"라는 게 김 감독의 말. FA 영입을 떠나 감독이라면 성적 부담은 숙명처럼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담감은 아니지만 책임감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다. 김 감독의 책임감은 팀 성적만큼이나 선수 개인에 맞춰져있다. 김 감독은 "배영수나 송은범이나 아직 10승이 가능하다. 이 투수들을 다시 재생시켜야 한다. 될 때까지 새로운 마음속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이건 권혁도 마찬가지다"고 사명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FA 선수 중에서 위험하지 않은 선수는 없다. 전부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그 리스크를 없애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30대 이후 투수 FA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전례를 감안하면 한화의 FA 3명 영입은 모험이다. 김 감독은 구단의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 책임감으로 중무장했다.
김 감독을 잘 아는 코치들은 "감독님의 각오가 정말 대단하시다. 예전보다 더 독해지셨다"고 입을 모은다. 김 감독은 취임 첫 해에는 무조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1989년 태평양과 1996년 쌍방울은 전년도 최하위 팀이라 놀라움 두 배였다. 난생 처음 FA 선물을 3명이나 받은 김 감독은 "축하는 무슨,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 결연한 각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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