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지만 지난 10월 푸르른 나뭇잎이 하나 둘 붉은 빛으로, 노란 빛으로 물들어 갈 때쯤 20대 청춘의 열정에 불을 붙이는 일이 있었다.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학과생 29명 전부가 모여 술렁이는 조형관 입구 앞에는 일반도로는 물론, 국내 대형 모터쇼에서도 보기 힘든 롤스로이스의 모델 한 대가 ‘환희의 여신상’을 뽐내며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롤스로이스의 세번째 모델 ‘레이스(Wraith)’. ‘레이스’는 여러 면에서 롤스로이스의 또 다른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인 ‘팬텀’과 ‘고스트’가 쇼퍼드리븐(기사를 두고 타는 차)인 반면 ‘레이스’는 오너드리븐(직접 운전하는 차) 모델이며 무엇보다도 디자인 학도들의 마음을 빼앗은 만큼 ‘레이스’는 디자인 측면에서 평범한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 디자인학과 교수는 “고가의 승용차들 중에 최고급 승용차, 고급 승용차 중의 고급 승용차가 바로 롤스로이스 일 것”이라며 “그래서 롤스로이스의 디자인은 일반적인 기준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얼핏 보면 ‘레이스’의 후면부 형태를 이제는 폭스바겐의 ‘골프’로 익숙해진 해치백(hatch back)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상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레이스’의 차체 스타일은 해치백 형태는 아니다.
유리가 차체에 고정돼 있고, 트렁크 리드만 열리는 구조로, 즉 지붕에서 뒤끝까지 유선형으로 된 패스트 백(fast back) 형태이지만, 해치백(hatch back) 구조는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프레임이 없는 코치도어와 B필러를 과감하게 생략했다.

또한, 세단이나 쿠페의 트렁크가 독립된 노치백(notch back) 형태도 아니다. 그는 “이런 스타일이 어쩌면 귀족들의 스포츠카로써 어울리는 스타일인지도 모른다”며 “크기가 보통의 승용차를 능가하는 것을 비롯해 디테일이나 재질 등에서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다”고 덧붙였다.
실내는 자동차 역사 초기에 공예적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졌던 최고급 승용차들과 같은 모습이다. 롤스로이스는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강력한 성능을 지원하면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비스포크(bespoke) 서비스’로, 공예방식을 고수해 최고급 품질을 제공한다.
롤스로이스는 양산을 위해 프리미엄을 지향하더라도 실내에 사용된 금속부분을 ABS수지와 같은 플라스틱에 도금으로 마무리하는 브랜드들과 달리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환기구 등에 리얼 메탈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도어 드림 패널 등 원목이 들어가는 부분에도 전부 실제 원목을 사용해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구현했다.

정점은 ‘레이스’의 천정이다. 장인의 손으로 제작한 1340개의 광섬유 램프로 장식된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Starlight Headliner)로 운전자를 완전히 다른 세상에, 차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해준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레이스’의 구석구석을 직접 만져보던 한 학생은 “다른 브랜드들의 고급 차들도 수업을 통해 만나 본 적 있지만 ‘레이스’처럼 특별한 차를 처음”이라며 “환희의 여신상부터 실제 재료들을 사용한 실내와 어마어마한 차체 크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려하게 흐르는 쿠페 라인으로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아 그 어떤 모델보다도 여러모로 자극이 많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롤스로이스 ‘레이스’는 8단계 ZF 변속기와 6.6리터 12기통 엔진을 탑재, 최대 출력 624마력며, 1500rpm에서 81.67kg·m의 최대토크의 성능을 제공하며 짧아진 휠 베이스와 넓어진 리어 트랙을 바탕으로 100km/h을 가속하는데 4.6초가 소요된다. 국내 판매 시작 가격은 3억 9000만 원부터(VAT포함)이며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을 맞춤 제작해주는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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